옥수수 처리하기
옥수수 처리 미션이 떨어졌다. 엄마가 아는 분께 받아오신 옥수수가 쌓여서 둘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옥수수를 압력솥에 찌셨다. 양이 많아서 두 번에 나눠 익혔다고 하시며 갓 나온 옥수수를 주시더니 뭐라도 만들어보라고 은근히 압박하셨다.
요리는 먹고 싶어서 할 때가 있지만 재료가 상하기 직전이라, 혹은 너무 많아서 처분 목적으로 할 때도 있다. 먹고 싶어서 하는 요리는 먹을 만큼만 만들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데 빨리 처리해야 할 때면 마음부터 급해진다. 재료를 다 사용하다 보니 양이 많고 다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부터 마음이 무겁다.
옥수수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버터구이, 콘치즈처럼 간식으로 먹을만한 것들이 떠올랐지만 간식으로만 먹기에는 벅찰듯했다. 그래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전을 선택했다. 며칠 전에도 전을 먹었는데 전이 또 생각나는 걸 보니 나는 정말 전을 좋아하나 보다.
일단 옥수수 알맹이부터 떼어냈다. 칼로 자르면 많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전에는 손으로 땠는데 젓가락으로 알맹이 틈에 넣어 비스듬히 꺾으면 손쉽게 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젓가락을 들고 부지런히 떼냈다. 손으로 떼는 것보다 빨리 되긴 하지만 힘을 주면서 당기다 보니 튕겨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알알이 떨어진 옥수수를 듬뿍 모아 볼에 담고 보충 재료로 양배추를 썰어 넣었다. 양배추는 익히면 단맛이 나기도 하고 잘 어우러져서 전에 사용하기 좋은 재료다. 여기에 재료들이 뭉쳐지라고 전분과 메밀가루를 넣고 섞어서 반죽을 만들었다. 살살 뒤적여 한 국자 크게 뜬 다음 오일을 두른 팬에 올려 둥글게 모양을 다듬으면서 넓적하게 펼쳤다.
옥수수 전의 포인트는 계란이다. 올린 전 반죽 위에 계란을 따로 얹어 익히면 계란의 노란색이 더 도드라져서 보기 좋다. 어렵지도 않다. 계란을 올린 후 노른자를 터트려 자연스럽게 섞으면서 펼쳐주면 된다.
계란이 퍼지면서 내추럴한 모양이 만들어졌다. 밀가루를 넣지 않고 최소한의 가루만 넣다 보니 가장자리에 있는 옥수수가 뒤집다가 떨어지기도 했는데 모아 먹으니 나름 별미였다. 옥수수가 간이 거의 안되어 있고 양배추나 계란도 강한 맛이 아니라서 처음엔 조금 밍밍했지만 씹다 보니 각 재료만의 단맛이 올라와 괜찮았다. 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좋지만 그대로 드셔보는 것도 추천한다.
옥수수를 많이 사용했다 싶었는데 아직 사용한 만큼의 양이 또 남아있다. 어떤 요리를 만들까 또 고민이 시작됐다. 당분간 옥수수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예정이다. 옥수수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