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타리버섯 초무침
요리를 할 때 버섯은 주로 표고버섯을 사용한다. 향이 좋고 영양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주로 먹었는데 너무 표고버섯만 먹다 보니 조금 지겹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느타리버섯을 사 왔다. 표고버섯만 보다가 느타리버섯을 보니 얇고 길쭉한 모양이 왠지 귀여웠다. 거기다 손질하기 쉬워 마음에 들었다. 표고버섯은 손으로 떼면 파먹은 듯이 뚝뚝 떨어지는데 느타리버섯은 대충 뜯어도 줄기를 따라 떨어지니 절로 신이 났다. 기분 좋게 버섯 요리를 시작했다.
버섯은 식용이라면 생으로 먹어도 될 것 같지만 미량의 해로운 성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익히면 안 좋은 성분들이 대부분 사라진다고 하니 꼭 충분히 조리해서 먹길 권한다. 나는 보통 버섯을 볶아 먹는다. 센 불에 볶으면 노릇해지면서 고기처럼 감칠맛도 올라가고 풍미도 좋아져서 선호한다. 그러다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싶을 땐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쳐서 먹는다. 볶은 것보다 향이 덜하고 물컹거려 식감이 안 좋긴 하지만 담백해서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지고 먹기 부담스럽지 않아 괜찮다.
이번에도 버섯을 데쳤다. 그리고 매콤한 양념을 입혀 초무침으로 만들었다. 버섯을 익히면 쫄깃한 식감이 생기는데 오징어나 골뱅이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먼저 채소를 썬다. 채소는 간단하게 오이, 양파만 준비했다. 파프리카, 피망, 고추 같은 아삭한 채소를 사용해도 좋다. 요즘 나오는 배를 채소처럼 얇게 썰어 넣어주면 단맛이 어우러지면서 원당이나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고추장, 식초, 원당, 다진 마늘, 다진 파, 깨소금을 넣고 만들었다. 초고추장도 어렵지 않으니 직접 만들어 드시길 권한다. 만들면 좋은 점은 들어가는 각 재료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어 좋다. 이제 볼에 재료를 모두 담고 양념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맛있는 초무침이 완성된다.
매콤 달콤한 양념장 덕분에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당겼다. 아삭한 오이와 양파의 중간에 쫄깃한 버섯이 잘 어우러졌다. 모양이 길쭉하고 통통해서 얼핏 보니 오징어 같기도 했다. 오징어를 넣었으면 훨씬 맛있었겠지만 버섯으로도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느타리버섯 반이 남아 있다. 내일은 계란과 채소를 넣고 전으로 부쳐 먹을 예정이다. 매콤한 것을 먹으니 고소한 맛이 먹고 싶어 떠오른 메뉴다. 전을 먹다 보면 다시 매콤한 무침이 생각나겠지. 이래도 저래도 좋다. 버섯으로 만든 거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전과 무침을 다 꺼내놓고 먹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내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