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만든 수제 분식
요즘 잘 보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일이 잘 안 풀릴 때 분식을 먹는다. 분식은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데 극 중 주인공의 성향을 잘 보여줘서 먹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하도 보다 보니 배가 부른데도 군침이 났다. 아직 식사시간이 멀었지만 재료가 있는지 주섬주섬 찾기 시작했다.
떡볶이와 김밥은 나도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그런데 건강상의 이유로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분식은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재료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공된 재료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빠르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해서 간을 달고 짜게 간을 한다. 특히 떡볶이와 김밥은 바쁜 현대사회에서 허기를 쉽게 채울 수 있고 입에 감기는 극강의 맛 때문에 인기가 많다. 나 역시 떡볶이와 김밥을 정말 좋아했다. 사 먹는 걸로 성에 안 차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였다. 떡볶이는 한 솥에 해서 면그릇에 담아 먹었다. 김밥은 또 어떤가. 손이 많이 가서 만들기 힘들어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제동이 걸렸다. 건강을 지키려면 끊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먹지 않았다. 지금은 재료를 대체하거나 먹을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해서 먹고 있다.
비교적 건강한 재료로 만들다 보니 몸에는 좋지만 맛은 덜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렇게 한참 먹다가 잊고 지냈는데 드라마에서 나온 덕분에 다시 생각이 났다. 마침 냉동실에 현미 떡국떡이, 냉장실엔 엄마가 해주신 우엉조림이 있었다. 당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콘셉트는 건강한 떡볶이와 김밥이다. 떡볶이는 토마토로 맛을 내고, 김밥은 채소와 계란, 그리고 추석 때 남은 불고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우선 언 떡을 녹이기 위해 물에 담가두고 양파, 파와 청양고추를 썰었다. 토마토퓌레도 꺼냈다. 예전에 토마토가 맛이 없어 다 갈아서 퓌레로 만들어뒀는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어느 정도 떡이 녹으면 채 썬 양파를 넣고 토마토퓌레, 올리브오일, 진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밑간을 한다. 오일을 두른 팬에 볶다가 고춧가루, 물,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청양고추와 대파를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익히면 완성이다.
김밥은 당근과 계란, 부추를 준비했다. 원래 시금치를 넣는데 지금 시금치는 너무 비싸서 부추로 대신했다. 여기에 엄마표 우엉조림과 늘 구비해 두는 수제단무지, 그리고 추석 때 먹고 남은 불고기를 잘게 잘라 더했다. 이미 떡볶이를 만든다고 체력을 다 써서 힘에 부쳤지만 더 기운이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였다. 당근을 채 썰어 볶고 계란지단을 부쳐 길쭉하게 잘랐다. 부추는 귀찮아서 하지 말까 하다가 색조합을 위해 마지막 힘을 내서 만들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소금 간만 했다.
냉동해 둔 흰밥을 꺼내 식초, 참기름, 소금 간을 해서 김밥김 위에 넓게 펴고 깻잎을 올리고 재료들을 가지런히 하나씩 올렸다. 원래 고기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 남아서 넣었더니 김밥이 꽤나 두둑했다. 천천히 재료들을 손 안쪽으로 잡아가면서 동그랗게 말았다. 김밥은 말고 잠시 뒀다가 썰면 김이 고정되고 단단해져서 자르기 좋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단면을 보니 고기 덕분인지 평소에 보지 못한 비주얼이 나왔다. 맛도 훨씬 좋았다. 역시 고기가 답인가 싶다가도 이번만 먹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 먹었다면 짧은 시간에 퀄리티도 더 좋은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만든다고 애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사서 고생을 했다. 만든다고 부엌에서 두세 시간을 보냈다. 힘이 다 빠져서 음식을 앞에 두고도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보기만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는 생각이 수십 번 들었지만 그래도 나를 끌고 계속 한 건 건강하게 먹자는 다짐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먹기 좋은 대로 마음 편하게 먹고 싶기 때문이다. 어리석고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각하면 뿌듯하다. 잘했다 싶다.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양 조절을 못해서 좀 많이 먹긴 했지만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이 남았다. 며칠은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겠지. 기분 좋게 잠들 날이 남아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