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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무와 씨름

쓴 여름무로 무생채 만들기

by 샤이니율

여름무는 쓰다. 무는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단단하지 않고 단맛도 덜하다고 한다. 쓰고 무르니 요리하기도 좋지 않다.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내게 무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떨어지지 않고 구비해 두는 단무지도 그렇고 좋아하는 무생채를 먹으려면 무가 필요하다.




여름무가 맛이 없다 보니 단무지를 만들 때도 고생을 했다. 아무리 소금과 원당으로 밑간을 해도 맛이 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원당을 많이 안 쓰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양으로 맛을 내는 것은 택도 없었다. 그렇게 넣은 원당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넣어도 넣어도 단맛이 나지 않아 식겁했다. 그리고 이번에 무생채를 하기 위해 양념을 했는데 원래 넣는 양보다 원당을 많이 넣었는데도 쓴맛이 계속 났다. 이대로 먹을 것인가, 원당을 더 넣을 것인가를 두고 한참 고민을 했다.


결국 한 큰 술만 더 넣고 마무리했는데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숙성이 되면 괜찮으려나 하고 한나절 지나 맛을 봤지만 그대로였다. 곧 가을이 오면 무맛이 조금 나아질 테니 조금만 견디자 싶다가도 맛이 없는 무생채를 먹으려니 씁쓸했다. 아삭한 맛에 먹기는 했지만 남은 무생채는 아무래도 간을 더해야 할 듯하다.


무생채는 냉면에 사용할 고명이다. 여름 끝자락에 웬 냉면인가 싶지만, 날씨가 계속 더웠던 탓에 아직 챙겨 먹고 있다. 냉면은 겨울 음식이라고 하는데 나는 겨울보다 여름에 먹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추워서 안 되겠고 약간 차가운 육수를 자작하게 넣고 먹으면 더위가 달아나는 것 같다. 냉면을 계속 먹으려면 고명도 계속 필요하다. 계란과 오이는 먹을 때 만들어도 되지만 무생채는 미리 만들어서 숙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챙겨둔다.


무는 냉면가게에서 나오는 것처럼 얇고 너비가 약간 있는 크기로 썰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소금과 원당을 더 넣고 간을 한다. 10여분 있다가 물이 생기면 꽉 짠 후, 고춧가루로 먼저 물을 들이고 식초, 액젓으로 양념을 하면 된다. 무가 써서 다진 마늘은 넣지 않았다.


브런치_여름무생채-1.jpg


감칠맛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냉면에 먹기에는 충분했다. 먹기 전에 식초를 조금 뿌려줬더니 새콤한 맛에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어제부터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하도 더워서 여름이 더 이어질 줄 알았더니 하루아침에 이렇게 가을이 왔다. 냉면도 이제 막바지다. 남은 냉면 부지런히 먹고 맛있는 무를 기다리며 가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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