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잡채 무한 증식

남은 잡채 보충하기

by 샤이니율

김밥과 함께 잡채는 내가 사랑하는 메뉴다. 하지만 잡채는 재료를 볶고 탄수화물인 당면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칼로리가 높고 소화가 잘 안 돼서 자제하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잡채를 만들면 참았던 마음에 양조절이 안된다. 꼭 한 그릇씩 재료가 남는데 이것이 은근히 설렌다.




일부러 그랬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잡채를 만들 때는 약간 이성을 잃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이 먹고 싶다는 욕심에 조금씩 더 넣다 보면 어느새 양이 몇 배가 늘어난다. 이번에 추석을 맞이하여 잡채를 만들었는데 가족들도 좋아하니 마음 놓고 듬뿍 만들었다. 실컷 먹었는데도 잡채도 남고 볶은 재료도 남았다. 그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또 맛있는 잡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면만 조금 보태면 또 잡채가 생긴다. 잡채 무한 생성이다.


당면과 남은 재료를 꺼냈다. 남은 잡채도 한쪽에 꺼내두었다. 당면은 불린 다음 진간장과 원당, 다진 마늘, 물을 조금 넣고 소스를 만들어 당면과 함께 졸이듯이 익힌다. 불렸기 때문에 당면은 생각보다 빨리 익는다. 안 익는다면 물을, 싱겁다면 간장을 넣어가면서 맞추면 된다. 당면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볶은 채소를 넣고 버무린다. 남은 잡채도 이때 같이 넣으면 된다. 그러면 잔열에 익으면서 당면이 부들부들해지고 새로 한 잡채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윤기나게 변한다. 어쩌면 이리도 감쪽같은지 보면 볼수록 신기할 정도다.


남은 잡채와 섞었는데 어느 것이 새잡채인지 모를 정도다.


1인분이었던 잡채가 3인분이 되었다. 2배 정도만 만드려고 했는데 3배가 되어버렸다. 매번 잡채 양 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잡채를 좋아하는 나는 좋다. 남으면 재료를 보태서 또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양심상 밥은 먹지 않았다. 칼로리 걱정은 되지만 모처럼 행복했으니 됐다. 내일은 클린 하게 샐러드를 먹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각 안 나면 김치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