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볼일을 보러 갔다가 근처 공원에 가게 되었다. 다음 일정을 맞추려면 시간이 촉박해서 가지 말까 싶었는데 이왕 온 김에 짧게라도 구경하자 싶어 나섰다.
예전에 초행길인데 폰이 먹통이 돼서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채 길거리를 헤매다가 나무가 울창한 꽤 큰 공원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공원이라니 정말 신기했다. 이것저것 잴 것도 없이 바로 공원 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사방에 펼쳐진 푸르른 녹음이 참 보기 좋았다. 눈도 마음도 편해졌다. 폰이 안 돼서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긴장이 다 풀어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공원을 떠날 때쯤 폰을 눌러보니 다시 작동이 되었다. 공원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여유를 가지지 않았다면 폰을 원망하며 얼마나 더 짜증을 냈을지 상상도 안된다.
그 기억을 살려 공원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어서인지 공원 입구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삼삼오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급했다. 그 사람들 사이를 뚫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더위가 꺾이면서 날씨가 선선해졌긴 했지만 낮에는 아직 더운데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덕분에 기온이 높지 않아 아주 상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풍경을 담으려고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중간쯤 갔을까 바람에 나무가 살랑이더니 바닥에 몽글몽글 햇살이 반짝였다. 걸음을 멈추고 살펴봤다. 위를 보니 빛이 나뭇잎 사이로 비추고 있었다. 햇빛이 아닌 햇살이었다. 쨍하고 강한 빛이 아닌 부드럽고 고운 빛이었다. 나무의 움직임에 따라 빛도 따라 살랑거렸다. 공원에 안 왔다면 이런 여유도, 위안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이 햇살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안 봤으면 아쉬울뻔했다.
나뭇잎 사이를 비추는 빛줄기를 일본에서는 '코모레비'라고 한다고 한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그 느낌만큼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하고 여유가 필요하다면 공원으로 달려가길 바란다. 그리고 나뭇잎 사이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보자. 아스라이 반짝거리는 모습에 몸에 온기가 돌고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