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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06. 2024

추억 천천히 보내기

양말을 떨어트리고 오다

계절이 바뀌면서 옷 정리를 하다가 운동화도 세탁을 했다. 세탁을 할수록 깨끗해지니 마음도 상쾌해졌다. 햇빛 좋은 곳을 골라 최대한 펼쳐놓고 마르기를 기다렸다.




탈수를 하긴 했지만 바짝 말리려니 시간이 걸렸다. 마침 운동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운동화가 다 마르지 않아 신고갈 수 없었다. 레슨시간이 다 돼가서 대충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뛰어 나갔다. 그리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와 다시 슬리퍼를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손에 양말이 보이지 않았다. 슬리퍼에 양말을 신기 어색해서 맨발로 나오면서 양말을 따로 들고 갔었다. 운동하기 전에 양말을 신고 운동이 끝나고 슬리퍼를 신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들고 나왔는데 그 양말이 안 보이는 것이다. 분명히 들고 나온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어디로 간 것일까.


걸어온 길에 찻길도 있고 해서 떨어트렸다면 쓸리고 밝혀서 제대로 있을 리가 만무했다. 양말이 많이 낡기도 해서 그냥 둘까 하다가 다시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있어서다. 햇살이 따가워서 양산을 들고 다니는데 양산을 펼치면서 손에 있던 양말을 떨어뜨린듯했다. 그렇다면 양산을 펼친 곳, 바로 센터 입구에 가면 양말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다시 가려니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양말이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을 걸고 다시 거리를 나섰다.


가는 동안 내내 두리번거리며 살펴봤지만 양말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날아간 버린 건가, 진짜 센터 입구에 있는 걸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속 걸어갔다. 드디어 센터 입구에 도착하니 낯선 무언가가 보였다. 바로 내 양말이다. 손에 잡았던 모양 그대로 바닥에 곱게 떨어져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양말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예감이 맞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대로 있는 양말이 귀엽기도 했다. 얼른 집어 들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왠지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하늘도 어쩐지 예쁘게 보였다. 양말 잃어버리면 다시 사면되지만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것 같다. 나한테나 소중한 물건이지 다른이 에게는 그저 쓰레기라 피해가 됐을 수도 있다. 비록 피고 너덜너덜한 양말이지만 운동을 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소중한 물건이다. 운동을 하면서 힘들고, 아프고, 기쁘고, 좋았던 모든 기억을 다 알고 있는 양말이다. 양말에 붙어 있는 밴드도 약해져서 곧 보내줘야 하겠지만 천천히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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