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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02. 2024

여유로운 아침을 위해

레몬 손질하기

언젠가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는데 아침마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차를 마시며 정신을 깨우기도 하고 시작할 하루를 간단히 그려보기도 한다고 했다. 내 아침은 어떤가. 일어나서 바로 일과 시작하기 바쁘다. 눈 뜨자마자 정신없이 하루가 시작된다.

  



삼촌이 얼마 전 레몬을 가져다주셨다. 전에 손질한 레몬이 남아있기도 하고 세척을 해야 먹을 수 있는데 귀찮아서 며칠째 방치한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내 일상도 많이 무너졌다. 개인적인 일로 이리저리 시간을 쓰다 보니 하루 일과는 늦게 끝이 났고 그만큼 늦게 일어났다. 내 상태는 냉장고 속에 그대로 내버려 둔 물러진 레몬 같았다.


그러다 냉장고 속 레몬을 보고 정신이 번뜩 뜨였다. 레몬이 물러지고 있었다. 더 물러지기 전에 얼른 손질을 해야 했다. 흐트러진 내 일상도 다시 찾고 싶었다. 먼저, 레몬을 가볍게 헹구고 굵은소금을 뿌려 겉면을 문질러 한번 더 헹궜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 표면에 묻은 코팅을 제거했다. 레몬을 건져 마지막으로 헹군 후, 물기를 닦아냈다. 처음 생기는 잃었지만 한층 더 뽀애졌다. 손질은 두 가지 스타일로 했다. 하나는 동그란 슬라이스 형태, 다른 하나는 조각난 덩어리 형태다. 슬라이스 레몬은 물에 넣어 차로 마시고, 조각 레몬은 요리할 때 쓴다.


조각보다 슬라이스 형태를 더 많이 만들었다. 매일 아침 차를 마시겠다는 각오로 정성스럽게 하나씩 잘랐다. 10개 정도 되는 레몬을 언제 다 자를까 싶었는데 어느새 큰 볼 가득 레몬이 찼다. 집안에는 상큼한 레몬 향이 번졌다. 큰 통을 들고 와서 종이포일을 깔아가며 층층이 레몬을 쌓았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고 하루동안 얼렸다.


레몬에서 즙이 나와 얼면서 서로 붙기 때문에 종이포일은 꼭 깔아야 한다.


다음날 꺼내서 하나씩 떼어내 지퍼백에 담았다. 2 봉지가 나왔다. 한동안 레몬 걱정은 없을듯하다. 이제는 허겁지겁 시작하는 아침 말고, 따뜻한 물에 레몬을 넣고 우러 날동안 기다리며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이번에 손질한 레몬이 그런 아침을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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