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오이 샌드위치 먹기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마음이 들떠서일까, 자극적인 음식들을 잔뜩 먹었다. 맛있지만 몸에 안 맞고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음식들을 오랜만에 먹었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이게 음식이지 싶을 정도였다. 입에 닿자마자 바로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솟았다.
역시 음식은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다. 그 맛에 중독이 되는 건지 한번 먹으면 멈추지 못하고 자꾸 손이 간다. 약간 이성을 잃은 채로 접시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자주 못 먹는다는 생각 때문일까 자제하지 못하고 먹을수록 자꾸 욕심이 난다.
이렇게 음식을 먹고 나면 괴롭다. 속도 더부룩하고 안 좋은 걸 먹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잘 지켜온 식단에 반기를 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 맛도 있으면 좋겠지만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런 아쉬운 마음이 하루 이틀 쌓이다가 어제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만나면 고삐가 풀리듯이 흡입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전까지 후회를 하며 내일은 꼭 클린식을 먹어야지 다짐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역시 속은 좋지 않았다. 힘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건강하게 먹을만한 것을 찾아보니 며칠 전에 만들어둔 오이절임, 오이라페가 보였다. 오이절임을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클린식인만큼 재료도 간소하게 준비했다. 식빵, 오이절임, 계란, 사과만 꺼냈다. 식빵은 앞, 뒤로 노릇하게 굽고 계란프라이도 하나 바짝 굽는다. 빵 안쪽면에 수제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 소스를 바르고, 유린기 만든다고 사둔 양상추를 조금 찢어 올렸다. 그 위에 계란프라이, 오이절임, 사과를 차례대로 올리고 빵을 덮으면 완성이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가게에서 나오는 것처럼 랩을 씌워 단단하게 말아 반으로 잘랐다. 번거롭긴 하지만 내용물이 흐르지 않아 먹기 편하니 꼭 싸서 먹는 걸 권한다.
햄, 치즈, 베이컨을 넣지 못할망정 오히려 녹색 채소를 가득 넣었으니 뭐가 맛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한 입 먹고 생각이 달라졌다. 계란은 고소하고, 사과는 달콤한데 오이절임이 재료의 중심을 새콤하게 잡아줘서 꽤나 먹을만했다.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치곤 맛이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양이 살짝 부족할까 봐 토마토와 브로콜리도 곁들였다. 평소 같으면 꿀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었겠지만 오늘은 클린식을 해야 하니 소금, 후추로만 간을 했다.
밖에서 건강한 음식을 찾기란 힘들다. 건강한 음식을 찾더라도 자극적인 양념에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재료까지 따지고 들면 정말 먹을 것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여기저기 식당을 미리 알아두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일행이 있으면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기분 좋게 먹고 다음날 클린식으로 먹으려고 하고 있다. 클린식 먹을 때는 괴롭지만 마음은 편하다. 이번 주말에는 많이 먹었으니 며칠 더 클린식을 해야 할 듯하다. 건강하게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얼른 일상의 몸으로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