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빔밥과 된장국
이런저런 일로 힘든 한 주였다. 어디에 있어도 마음 놓고 편히 숨쉬기 힘들었다. 무언가가 가슴 한편에 얹혀있는 기분이었다. 이럴 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면 좋은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밥도 챙겨 먹기 싫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지만 눈치도 없이 배는 고프다.
그때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밥솥에서 밥이 되는 소리와 함께 온 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엄마는 어서 밥을 먹으라며, 된장국이 아주 잘됐다고 말하셨다. 방금 전만 해도 기운이 없어 누워있었는데 밥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일어나 부엌에 가보니 남은 반찬에 비벼 먹으라고 계란프라이도 구워져 있었다. 보자마자 군침이 한가득 고였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지만 갑자기 기분을 바꾸는 건 어색해서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국을 퍼고 밥을 담았다. 밥은 특별히 큰 그릇에 담고 반찬을 동그랗게 둘러 담았다. 며칠 전에 담근 엄마표 고추장까지 더해서 먹음직스러운 된장국 비빔밥 한 상이 완성되었다.
된장국은 꽃게를 넣은 꽃게 된장국인데 내가 소울푸드라고 부를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가득 퍼서 먹으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별 것 넣지 않은 비빔밥도 어찌나 맛있던지 싹싹 긁어먹었다. 허겁지겁 먹고 나니 아무 생각 없이 배 두드리며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근심 걱정은 어디로 갔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기운이 났다. 마치 보약을 먹은 느낌이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익숙한 엄마표 음식이라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먹을수록 힘이 나니 이래서 집밥은 보약이라고 하나보다.
어떤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뭔가 하나씩은 걸리는 게 생기죠.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 노랫말처럼 돌아보면 완벽히 행복한 날은 없었다. 아무 일이 없는 날이 이상할 정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생기고 지나갔다. 더 이상 힘들다고 누워있을 순 없다. 힘들면 밥 든든히 먹고 힘내면 된다. 밥심으로 잘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