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새우전 만들어 먹기
체력이 떨어진 건지 계절이 바뀌면서 몸이 긴장해서인지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다. 집안일부터 업무까지 할 일을 앞에 두고도 움직이기가 싫었다. 뭐라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땅한 것이 없으니 어쩐담. 늘 먹던 김치와 깍두기, 시금치나물만 보였다. 계란이나 구워 먹을까 하다가 며칠 전 사둔 애호박이 떠올랐다. 애호박으로 전을 만들기로 했다.
전은 각종 채소와 해산물, 육류 등을 넣어서 반죽한 다음 굽는 요리다. 오일을 자작하게 부어 굽기 때문에 웬만하면 맛있다. 거기다 굽는 냄새는 어찌나 고소했는지.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살아난다. 이번에 만들 애호박 전도 그렇다. 애호박을 잘게 채 썰어 구우면 달달한 맛이 올라오고 특유의 부드러움 때문에 전으로 부쳐먹으면 잘 어울린다. 여기에 치트키, 건새우를 섞어 같이 구우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맛있는 전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애호박을 잘게 썰었다. 그리고 냉동실에 보관해 둔 건새우를 꺼냈다. 건새우는 꽃새우인데 못난이라서 저렴하게 샀다. 새우 크기가 큰 감이 있어서 칼로 듬성듬성 잘랐다. 양파와 당근이 조금 있어서 같이 채 썰었다. 맵찔이지만 전은 매콤해야 맛있으니까 청양고추도 다져두었다. 모든 재료를 볼에 담고 전분가루와 부침가루를 넣었다. 원래는 부침가루를 잘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건강보다 맛을 더 챙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 그래도 메밀이 들어간 부침가루라고 위안을 삼았다. 팬에 오일을 충분히 두르고 한 숟가락씩 올렸다. 올리자마자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맛있는 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전을 만드는 도중에 힘들어서 하지 말까 하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그 마음이 무색하게 굽자마자 한 판을 다 먹어버렸다. 갓 구운 전 맛은 정말이지 꿀맛이다.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최대치라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먹어본 분들은 알 것이다. 그러니 선 자리에서 다 먹을 수밖에 없애. 기분이 안 좋고 힘들 땐 전을 먹으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늘 자리하고 있던 김치와 깍두기도 애호박 전과 같이 먹으니 더 아삭하고 새콤했다. 먹자마자 밥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겠다는 감이 왔는데 역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배가 부르니 솔솔 잠이 몰려왔다. 푹 자고 다시 힘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