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자마 구매하기
파자마를 구매했다. 입고 있던 파자마가 낡아서 사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할인을 하고 있어서 바로 구매했다. 차분한 느낌을 좋아해서 매번 어두운 파자마를 골랐는데 이번에는 밝은 그레이 파자마를 골랐다. 파자마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촉감이 포근해서 좋았고 입을 생각에 설렜다.
파자마를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외출복으로 입던 티셔츠가 늘어나거나 해지면 파자마로 입었다. 바지도 그냥 저렴하게 파는 것으로 맞춰 입었다. 엄마가 작거나 안 입는 옷을 주시면 그냥 입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로 비친 내가 너무 초라하게 보였다. 아무리 집이지만 너무 엉망으로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했다. 더구나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집순이 아니던가. 외출복을 입는 시간보다 집에서 파자마를 입는 시간이 더 길다. 어쩌면 외출복보다 중요한 것이 파자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자마를 알아봤다. 파자마의 시장은 무궁무진했다. 소재부터 색상, 디자인까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다양했다. 그때 내가 기준으로 둔 건 심플하고 편하며 소재가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최종 선택된 것이 깃이 있는 기본 스타일의 면 파자마다. 상하의를 다르게 해서 취향대로 맞춰 입을 수도 있지만 패알못인 내겐 너무 어려운 일, 쉽게 입을 수 있는 세트로 구매했다. 막상 입으려고 보니 디자인인 너무 심심한가 싶기도 했지만 깃과 가장자리를 따라 색 포인트가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파자마를 보고 있으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엄마를 따라 시장을 갔다가 옷가게에 들렀다. 엄마는 동생의 요청으로 파자마를 샀는데 내 파자마는 사주지 않아서 뾰로통해 있었다. 원래 잠옷이 없어도 불만이 없었는데 동생 잠옷을 산다고 하니 질투가 난 것이다. 그런 나를 보고 마지못한 엄마는 내 잠옷도 사주셨다. 빨간색 체크무늬 잠옷이었는데 그것이 내 첫 잠옷이었다. 얼마나 기쁘고 좋던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파자마를 보니 그때처럼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입는 건데 파자마까지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입어보니 만족도가 높았다. 일단 후줄근해 보이지 않아서 좋았고 나를 보살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파자마가 내게 왔으니 입는 동안 더 잘 쉬고 나를 더 잘 돌보며 에너지 충전 잔뜩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