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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로 마무리하기

계란 어묵 전 만들기

by 샤이니율

주말이 되면 멋지게 보낼 거란 생각에 며칠부터 기대가 된다. 아주 근사한 가게에 가서 맛있는 걸 먹고 감동스러운 커피 한잔을 하며 우아하게 보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주말은 미뤄진 일을 하다가 다 가버리기 일쑤다.




주말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는 이틀뿐이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일이 있거나 약속이 있어 보내는 날은 더 순식간에 지나간다. 미룬 집안일이라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더라도 반에 반도 못하고 지나간 적이 많다. 주말은 왜 기대와 실망이 가득한 걸까.


주말이 반드시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까. 나에게 주말은 스페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한 주 동안 못한 일을 처리해야하는 날이다. 주말의 기준이 왜 그렇게 컸던 걸까. 작은 일이라도 내가 행복한 일을 했다면 뜻깊은 주말이 될 텐데 말이다.


저녁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보니 재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마트 가는 길에 어묵을 하나 사 왔다. 어묵은 그 자체로도 맛있기 때문에 그대로 먹어도 되고 약간 조리를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만만한 재료다. 어묵조림, 어묵볶음, 어묵탕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지만 오늘은 어묵 전을 만들었다. 어묵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중 가장 간단한 요리가 아닐까 싶다.


어묵은 2장을 꺼내 끓는 물에 데친다. 어묵을 데치면 기름기도 빠지고 첨가물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어 좋다. 데치는 것이 귀찮아서 하지 말까 싶다가도 기름이 둥둥 떠있는 어묵 데친 물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싹 사라진다. 채소는 맛보다 색조화를 위해 녹색인 파, 주황색인 당근, 두 가지만 꺼내 잘게 잘랐다. 매콤한 맛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청양고추도 휘리릭 다졌다. 볼에 계란 1개를 넣고 다진 채소들도 넣어 잘 섞은 후 어묵을 하나씩 담가 팬에 올렸다. 계란은 빨리 익는 편이라 순식간에 노릇한 어묵전이 만들어졌다.


브런치_어묵전-3.jpg 계란물이 완성되면 거의 다 왔다. 올리자마자 바로 익기 때문에 젓가락을 들고 먹을 준비를 동시에 해야한다. :)


완성되자마자 좋아하는 접시에 한 방향으로 겹쳐가면서 가지런히 올렸다. 흔한 어묵과 계란의 조합이지만 줄을 세워두니 근사해 보였다. 저녁을 먹으려고 다른 반찬도 꺼내 밥상을 차렸다. 김치와 나물 반찬 속에서 어묵전이 있는 것만으로도 밥상이 빛나 보였다. 어묵 두 번에 나물은 한 번씩, 편식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별일 없는 평범한 주말 하루였지만 자기전까지 어묵 전이 계속 생각났다. '아, 참 맛있었지. 어묵전!' 이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잠이 들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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