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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칠 땐 파스타

수제새우토마토파스타

by 샤이니율

새해가 되면 에너지가 솟고 반짝거리는 새로운 일들이 가득 들어올 줄 알았는데 별일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어떤 순간은 너무 조용해서 잠깐 현실에서 떨어져 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작심삼일은커녕 작심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이 지났다.




뭐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니 지친 탓인 것 같다. 나는 체력이 약하다. 처음에는 운동을 안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모든 일을 온마음으로 끌어들여 겪는 스타일이라 힘도 많이 쓰고 방전도 빨리 된다. 회복력도 부족해서 남들보다 쉼이 더 필요하다. 이럴 땐 맛있는 것을 먹고 푹 쉬는 것이 답이다.


얼마 전에 마트에 갔다가 냉동새우를 사두었다. 뭐라도 해 먹겠지 싶어서였다. 볶음밥, 부추전 등에 넣어 먹으면 단백질 보충도 되고 맛 내기도 좋다. 오늘은 시들어가는 토마토가 있어서 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예전에는 파스타가 손이 많이 가고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자주 해 먹다 보니 파스타만큼 간단한데 만족스러운 음식이 있을까 싶다. 면을 삶으면서 동시에 재료를 볶으면 금방 조리할 수 있고 파스타라는 음식이 주는 스페셜함 때문에 만들고 나면 뿌듯함이 크다. 좋은 재료로 수제로 만들면 속도 편하고 든든하다.


우선, 재료는 잘 익은 완숙토마토, 손질한 냉동 새우 한 줌, 양파, 표고버섯, 통마늘 몇 개와 파스타면을 준비한다. 버터, 치즈, 생크림, 우유 같은 유제품을 넣지 않는다. 심심할 것 같지만 재료만 좋으면 충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토마토는 완숙 토마토를 완전히 후숙 해서 사용한다. 새우의 경우 나는 손질된 작은 백새우를 사용했지만 크고 맛 좋은 새우를 사용하면 손쉽게 맛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큰 냄비에 면 삶을 물을 올리고 소금을 한 큰 술 넣고 끓인다. 그동안 양파, 마늘, 표고버섯은 잘게 썰고 토마토도 듬성듬성 작게 자른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는다. 면이 익는 동안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 양파, 표고버섯을 볶다가 새우를 넣고 같이 볶아준다. 토마토도 넣고 약불에서 끓이다가 옆에서 끓고 있는 면수를 넣고 진간장, 원당, 소금, 바질가루를 약간 넣고 월계수잎도 1개를 넣어 바글바글 끓인다. 면이 80% 정도 익으면 팬에 옮겨 담고 같이 끓인 후, 소금으로 최종 간을 맞추면 완성이다.


작은 새우를 사용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토마토 껍질이 있어 괜찮았던 비쥬얼 :)


맛을 보니 심심한가 싶었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감칠맛이 좋았다. 중간중간 보이는 붉은 토마토 덕분에 꽤 근사해보기도 했다. 힘이 없다던 사람이 맞는지 허겁지겁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배가 차니 에너지가 충전됐다. 힘들면 배부터 채우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언제 또 지칠지 모르니까 파스타를 먹을 준비를 해둬야겠다. 새우와 면은 남았으니 토마토를 채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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