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이 맛있는 이유
이미 완성된 고마운 음식
비빔밥은 예전부터 우리 집의 대표 메뉴였다. 반찬들이 아무리 맛있어도 며칠이 지나면 물기가 생기고 숨이 죽어 볼품 없어지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 없어 생각한 방법이 비빔밥이었다. 반찬 2~3가지를 넣고 계란프라이와 참기름, 고추장을 넣으면 또 다른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명절에도 우리 집은 나물로 꼭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명절 음식이 굽고 튀긴 음식들이 많다 보니 매콤한 것이 떠올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비빔밥이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외갓집에 가면 큰 양푼이에 비빔밥을 제조해서 먹는다. 밥을 가득 퍼고 나물은 한 그릇 통째로 넣는데 양이 많다 보니 큰 주걱으로 비벼야 한다. 한 사람 앞에 두 주걱씩 퍼서 나눠 먹으면 어느새 양푼이가 깨끗하게 비워진다.
평소 비빔밥에는 나물 반찬을 넣기도 하는데 나물만 넣으면 씁쓸한 맛만 나기 때문에 콩나물이나 무나물 같은 단맛이 나는 반찬을 함께 넣어주면 훨씬 맛이 좋아진다. 비빔밥에 넣어도 될까 싶은 반찬도 넣는다. 멸치볶음, 일미볶음, 콩자반을 넣는데 겉돌지 않고 잘 어울린다. 안 넣어도 맛있지만 빠지면 아쉬운 계란프라이는 짜고 단 반찬들의 맛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넣으려고 한다. 고추장은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보고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들어가는 반찬에 이미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감만 믿고 넣으면 자칫 간이 세진다. 그래서 밥으로 간을 맞추게 되는데 양이 두배로 늘어나니 조심해야 한다.
나물을 새로 만들어서 먹는 비빔밥도 좋아하지만 평소 먹는 반찬으로 먹는 비빔밥을 더 좋아한다. 단독으로 먹어도 맛있는 반찬들 덕분에 밥만 넣고 비벼도 맛이 좋기 때문이다. 따로 기교를 내거나 애써서 조리하지 않아도 이미 맛이 보장된 재료들이 제 몫을 다하는 비빔밥은 참 고마운 음식이다.
오늘도 엄마가 해두신 반찬 덕분에 맛있게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요즘 잘 나오는 고구마줄기볶음과 여름에 나오는 비름나물무침, 무생채, 엄마의 특기 고추멸치볶음을 넣었다. 색도 예쁘고 어울리니 먹지 않아도 맛있을 것 같다. 비빔밥을 먹었다고 하면 엄마도 좋아하신다. 반찬을 한 번에 해결하기 때문이다. 며칠은 비빔밥 당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