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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ug 14. 2023

아빠가 좋아하는 유부초밥

덜 달게 만들기


아빠는 유부초밥을 좋아하신다. 새콤달콤하게 조린 유부에 소스를 버무린 밥을 함께 싸 먹는 유부초밥은 아빠가 특히 좋아하시는 별미다. 많은 양도 꿀꺽 한 번에 다 드실정도로 너무 좋아하시지만 자주 해드리진 않는다.




아빠는 당뇨가 있으시다. 그래서 단 음식은 조절해서 드셔야 한다. 밥도 당이 높은데 설탕이 많이 들어간 소스로 버무린 초밥용 밥은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음식이다. 좋아하시는 음식들이 거의 단 음식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잔소리를 자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고 시무룩해하신다. 아빠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한 번씩 '너무 했나'라는 약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최대한 덜 달게 조리해서 해드린다.


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으신 것 같아 마트에서 유부를 찾았다. 조미가 안된 유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인지 마트에도 인터넷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일반 조미유부에 비해 설탕 함량이 적고 두부에 화학응고제를 넣지 않은 유부를 골랐다. 밥은 평소 드시는 잡곡밥을 넣고 당근과 버섯을 간간하게 간장에 볶아서 색감과 풍미를 더하기로 했다.


당근과 버섯은 밥알크기보다 약간 크게 다져준다. 특히 버섯은 많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밥알의 2배 정도 크게 자른다. 간장과 원당을 조금 넣고 당근, 버섯을 차례로 볶은 뒤 그릇에 넓게 펴서 식혀준다. 그동안 뜨거운 밥에 소스를 넣고 섞는다. 밥은 정량보다 조금 더 많이 넣었다. 부족한 간은 식초를 더 넣어 조금이라도 덜 달게 만들려고 애썼다. 당근과 버섯이 어느 정도 식으면 밥에 넣고 유부는 조림국물을 최대한 꽉 짜서 준비한다. 유부를 하나씩 반으로 갈라 섞어둔 밥을 가득 채워 완성한다. 밥을 많이 했더니 밥만 남았다. 남은 밥은 동그랗게 대충 뭉쳐서 나중에 먹으려고 따로 빼두었다.


아빠는 새콤달콤한 양념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냉면과 국수는 비빔으로만 드시고 삶은 오징어나 회같은 해산물을 초장에 무쳐 먹는 걸 선호하신다. 그리고 아빠가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음식은 빨게야 맛있다고.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모든 음식을 레드화 시켜버리신다. 오랫동안 바깥에서 음식을 드셔서  달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서 그러실 것이다. 예전보다 양도 많이 줄이시고 신경을 쓰시고 있다는 걸 알지만 건강을 위해서 본연의 맛에 조금 더 적응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증의 유부초밥이 오랜만에 식탁에 등장했다


아침을 늦게 드셔서 아직 배가 부르신 건지, 유부초밥이 덜 달아서 맛이 없으신 건지 다 드시지 못하고 남기셨다. 맛을 보니 잡곡밥이 너무 찰져서 소스 맛이 잘 안 났다. 다음에는 잡곡양을 조금 줄이고 밥을 따로 해서 해드려야겠다. 하지만 설탕양은 늘릴 수 없다. 대신 양파라도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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