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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ug 21. 2023

신이 머물다 간 순간

드라마에서 알게 된 이야기


올해 초 넷플릭스를 결제하면서까지 찾아본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더글로리'다.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더글로리'의 열풍은 대단했었다. 나도 그 열풍에 함께 했다. 며칠 만에 홀린 듯이 다 보고 마지막 회 여운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특히 설명하지 못하는 갑작스러운 순간들을 만날 때가 그렇다.




'더글로리'는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 '동은'이가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복수를 하면 자신까지 망가질걸 알면서도 오랫동안 모질게 준비해 복수를 한다. 동은이가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복수를 하게 된 이유는 학교 폭력으로 힘들 때 선생님도, 친구들도 심지어 엄마까지 자신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은이는 마지막에 가서야 그때 자신을 지켜준 이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친구도 날씨도 신의 개입도요." 끝까지 도움을 주려했던 양호 선생님,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던 형사님, 지켜봐 주고 기억해 준 할머니, 눈내리던 날씨까지 자신과 함께 있어준 순간들을 기억해 낸다.


첫 회사를 다닐 때 일에 적응을 하지 못해 힘들 때가 있었다. 그러다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해야 하는 연락을 하지 않아 다음날 처리되어야 할 일이 진행되지 못했고 이미 잡혀있는 다른 일정 때문에 그 일은 아예 접어야 했다. 사무실에서 느낀 원망의 눈빛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렵게 하게 된 일인데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건물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한 여성분이 있었고 아기를 업고 계셨다. 그때 이상하게 그 아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기는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내 얼굴은 일그러져 보기 좋지 않았을 텐데 그 아기는 나를 보고 웃어줬다. 짧은 순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별 의미 없이 넘겼겠지만 그때는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러 애썼던 것 같다. 신이 머물다 간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에는 명대사가 많아서 좋아하는데 작가님의 또 다른 드라마 '도깨비'에도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질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 떠밀어 준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간 순간이다." 


요즘 보기 힘든 무지개, 우연히 계단을 내려가다 발견했다.


돌아보면 좋은 분들도 많았다. 분위기에 적응 못하는 나를 위해 늘 말을 걸어주던 팀장님, 밝게 인사해 주던 다른 부서 동료들, 그리고 일이 적응되면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도 많이 가까워져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힘든 순간은 여러 번 왔고 견디기 힘들 때도 많았지만 다시 예상치 못한 일과 도움 때문에 힘을 내고 살아낼 수 있었다. 요즘 다시 위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응원하는 사람들이 꼭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신이 등 떠밀어 줄 순간도 생기리라.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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