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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06. 2023

여름을 보내며

지난여름 추억하기


9월이 되니 아침, 저녁으로 꽤나 선선해졌다. 한참 여름을 지날 때는 지긋지긋한 더위에 혀를 내둘렀는데 그 여름이 가려고 하니 아쉬워진다.



 

여름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있다. 해가 지면 테라스나 벤치에서 앉아 있기 좋아서 거리마다 생기가 넘친다. 날이 덥기 때문에 옷차림이 가벼워 발걸음도 가볍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름만의 투명하고 청량한 하늘도 좋다. 날은 덥지만 씻고 선풍기 앞에 앉으면 세상을 다 얻은 마냥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여름엔 추억이 많다.


여름 추억의 중심에는 휴가가 있다.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휴가를 가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휴가는 여름에 가는 것이 국룰이었다. 날씨가 덥다 보니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로 놀러 갔는데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울퉁불퉁한 흙바닥이 불편하지도 모르고 신이 났다. 미지근한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작은 물고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뒹굴거렸다. 휴가를 가지 못할 때는 집 앞 좁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똑같은 고기에 똑같은 반찬인데 집 밖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맛있어졌다. 친구와 여름밤이 좋다는 이유로 차를 타고 걸어가야 할 거리를 2시간을 걸어 갔던 적도 있었고 지난 여름에는 가족들과 휴양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오랜만에 여유롭게 웃어보기도 했다.


여름은 일상도 좋다. 이른 아침 시간에도 환해서 왠지 모르게 덩달아 경쾌해져서 좋다. 집 옆에 산이 있어 저녁에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풀벌레 소리가 나서 하루를 위로받기도 한다. 태양이 내 머리 위에 있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햇빛도 빨래를 할 때면 고마운 존재가 된다. 살균하듯이 바짝 마른빨래의 뽀송함과 포근한 냄새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혜택이다.


여름의 풍경은 어딜 봐도 온통 푸릇하고 청명하다


여름은 뜨겁고 진하다. 그런 여름이 있어 한 해가 풍성해진다.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좋냐고 물어보면 여름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름을 보내려니 아쉽고 벌써 그립다. 남아있는 여름이라도 알차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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