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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07. 2023

새로운 요리 해보기

어쩌다 두부계란 전


요리를 해서 먹는 걸 좋아하지만 매번 먹는 음식만 만들다 보니 지겨울 때가 있다. 무언가 색다른 건 없을까 고민하던 중 TV에서 순두부계란전을 본 것이 기억이 났다. 순두부와 계란을 같이 부쳐먹는 것인데 호기심에 도전해 보았다.




원래는 순두부 김말이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마트에서 김과 순두부를 사 왔지만 순두부를 꺼내면서 '퍽'하고 다 부서져 버렸다. 수습을 해보려고 해도 일반 두부처럼 잡히지도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순두부가 이렇게 약했나. 못 먹는 건가 하고 망연자실한 순간, 순두부계란전이 떠올랐다. 계란과 부치는 것이니 부서져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순두부계란전도 모양이 살아있으면 예쁘게 만들 수 있지만 만들기라도 할 수 있으니 어딘가. 김은 넣어두고 계란을 꺼내 들었다.


순두부는 간수를 빼고 조심해서 잘라준다. 나는 이미 반강제로 잘라졌기 때문에 듬성듬성 부서진 부분까지 마저 부셔서 대충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주었다. 계란을 풀어서 간장, 깨소금을 넣고 간을 한 뒤, 두부가 있는 그릇 위에 부어준다. 그리고 그릇째로 팬에 흐르듯이 부어 익힌다. 순두부는 일반 두부처럼 익힌다고 단단해지지 않기 때문에 뒤집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팬 위에 큰 접시를 엎어 뒤집은 후, 흘리듯이 다시 팬에 넣어주면 나머지 부분도 익힐 수 있다. 뒤집다가 한쪽이 더 부서져서 모양은 더 볼품 없어졌다. 아쉽지만 괜찮다.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뒤집으면서 한쪽이 터졌다. 순두부는 먹기 좋지만 요리하기 쉽지 않은 재료다


두부를 한 입 먹어보았다. 짐작이 가능한 두부와 계란의 맛이다. 아는 맛이지만 갓 만들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같이 알려준 양파절임도 올려 먹었는데 약간 심심한 간을 잘 잡아줘서 좋았다. 이 순두부계란 전의 매력은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 있다. 크게 떠서 한 입에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다. 한 끼 식사로도 좋을 것 같다. 찌개와 간장양념장으로만 먹던 순두부에 또 다른 메뉴가 생겼다.


요리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오늘처럼 재료가 부서지거나 손질을 못해 아예 시작도 못해보는 경우도 있었고 양념을 잘못 넣거나 많이 넣어서 맛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다 완성하고도 쏟거나 구겨져서 모양이 흐트러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럴 땐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준비한 재료가 아까우니까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혹시 인생에도 예기치 못한 순간이 왔다면 오늘처럼 당황하지 말고 얼른 방법을 찾아보자. 오히려 더 멋진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 순두부계란 전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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