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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08. 2023

수박 말고 참외

참외와의 만남

여름 대표 과일을 말하라고 하면 단연 수박과 참외다. 요즘은 제철이 아니라도 다양한 과일이 나와서 여름에도 다양한 과일을 볼 수 있으니 그 존재가 미미해졌지만 예전부터 수박과 참외는 더운 날, 모여 앉아 먹는 친숙한 과일이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름이 되면 항상 수박과 참외를 먹었다. 그중에서도 수박을 더 자주 먹었다. 수박의 크기와 묵직한 존재감 때문일까,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수박을 더 좋아했다. 녹색 껍질을 잘라 쪼개면 먹음직스러운 빨간 과육이 나온다. 한 입 베어 물기만 해도 수분이 가득해서 쉽게 갈증이 나는 여름에 제격이었다. 그에 반해 참외는 크기도 작고 길쭉한 모양이 예쁘지 않았다. 열심히 껍질을 깎아도 과육의 반이 씨로 채워져 있어서 허무하기까지 했다. 아삭하긴 했지만 수박만큼 과즙이 풍부하진 않았다. 그래서 참외보다 수박이 더 자주 등장했다.


나는 수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 빼고 맛있게 수박을 먹는 가족들을 보니 괜히 심술이 났다. 수박을 왜 안 먹느냐고 물어봐서 수박보다 참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참외가 좋아서가 아니라 수박을 대신할 과일을 생각하다 떠오른 것뿐이었다. 그냥 수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수박이 오면 항상 참외도 같이 따라왔다. 그렇게 나타난 참외를 반강제로 열심히 먹었다.


참외는 씨가 많아서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장의 활동을 도와준다. 다른 과일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제일 달고 맛있는 씨와 태좌 부분은 소화가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피하는 분들이 많지만 영양소가 많아 모두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멜론과의 변종으로 멜론과 맛이 비슷하다 보니 나는 멜론이 먹고 싶을 때 참외로 그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좋아서 알게 된 과일은 아니지만 자주 먹다 보니 아삭하면서 개운하게 단 참외의 찐 맛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노란 참외를 보면 예쁘다. 참외와 꽤 친해졌다. 오늘도 참외를 예쁘게 깎아서 접시 위에 올렸다. 비스듬하게 모양도 내보았다. 어쩌다 만났지만 좋은 인연이 되었으니, 잘 지내보자 참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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