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Sep 09. 2023

허벅지 운동의 어려움

안 되는 동작도 이제 해내야 하는 이유

그룹수업이 시작되었다.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게 아직 어색하지만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동작이 어려울 때는 같이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에 힘이 나고, 동작이 아예 안 될 때는 잘하시는 분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해보려고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걱정과 달리 그룹레슨을 제법 따라가고 있다. 잘 안되더라도 나 때문에 피해가 갈까 싶어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염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동작을 전혀 못하는 나 때문에 레슨이 자꾸 멈췄다. 허벅지 운동 때문이었다.


여러 기구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운동을 하는데 허벅지 운동은 빠질 수 없는 운동 중 하나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동작은 리포머, 바렐, 캐딜락 등 대기구에서부터 소도구까지 다양하게 활용하여 할 수 있다. 이 말은 즉, 언제나 허벅지 운동이 있다는 뜻이다. 내가 해본 운동을 난이도로 나열해 보면 1단계는 리포머에 똑바로 누워서 두 팔을 바닥에 두고 받치면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드는 자세다. 2단계는 서서 한쪽 다리만 뒤로 보내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다가 지지하는 다리를 구부려서 앉듯이 상체를 낮추며 일어났다 섰다를 반복하는 자세다. 3단계는 들고 있는 다리의 발바닥이 천장을 보게 올리고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1단계는 어떻게 버텼지만 2,3단계는 거의 하지 못했다. 몇 초 안했는데 몸에 무리가 왔다. 허벅지에 힘이 안 들어가니 무릎에 무리가 가고, 중심이 안 잡히니 상체를 자꾸 앞으로 숙였다. 자세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원장님이 몸을 끌고 당기면서 자세를 잡아주셨지만 역시 그때뿐이었다. 진도는 계속 나가야 하니 안된 채로 다음 동작들을 이어나갔다. 다음 동작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른쪽, 왼쪽 방향도 헷갈리기 시작했고 못 따라가니 머릿속이 복잡해져 멍하게 있었다. 내 이런 처절한 상황에도 다른 수강생 분들은 차근차근 동작을 이어나갔다.



허벅지에 힘이 약하다 보니 허벅지 운동은 평소에도 많이 두려워하던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룹레슨을 시작한 이상 안된다고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내 몸을 봐서라도 꼭 해야한다. 몸 바깥쪽으로 돌아간 허벅지를 정상으로 돌리려면 반드시 해내야 한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좌절에 좌절을 더하니 힘 낼 기운도 없다. 오늘도 역시 산발이 된 머리로 겨우 일어나 마무리 인사를 하고 기듯이 걸어서 집으로 왔다. 허벅지 운동은 앞이 안 보이니 막막하다. 짧은 운동 경력에 넘어야 할 큰 산이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수박 말고 참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