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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30. 2023

손님 오는 날은 대청소하는 날

핑계 삼아 청소하기

연휴라 집에 손님이 오기로 했다. 반가운 분들이 오기로 해서 좋은데 집에 온다고 하니 신경 쓸게 많았다. 메뉴도 골라야 하고 음식을 낼 그릇도 꺼내야 하고, 집에 떨어진 건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중에서 청소는 가장 큰 일이다.




보통 때 하는 청소는 청소기를 돌리고 보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정도다. 따로 정리는 하지 않고 정리되어 있는 범위 내에서 제자리에 넣고 치우는 정도다. 한 번씩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싶지만 큰일이 되기 때문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이렇게 손님이 온다고 하면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한다. 집을 둘러보면 여기도 저기도 손을 대야할 것 투성이라 마음이 바빠진다.


살면서 집을 바라볼 때와 손님 초대를 위한 공간으로 집을 바라볼 때는 관점이 달라진다. 내가 불편하지 않지만 거슬리는 것은 치우게 되고 깨끗함의 기준도 높아진다. 현관에는 손님 신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원래 있던 신발을 치워야 한다. 화장실에 비누와 화장지가 충분한지도 체크하고 수건도 새것으로 바꾼다. 평소 쓰지 않던 큰 그릇도 사용하기 위해 한 번씩 헹궈 물기를 빼둔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안 보이는 베란다, 서랍장, 냉장고 안까지 정리를 하게 된다. 이번에는 먹지 않는데 아까워서 넣어둔 유자청과 양념장을 비웠다. 깨끗해진 유리병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손님맞이용 청소는 힘들다. 보고 또 봐도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 정작 손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니까, 내 마음이 편하니까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청소는 손님보다 나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님이 가시고 나면 긴장이 풀려 온몸이 아파온다. 설거지와 정리까지 끝내놓고 나면 눈이 반쯤 감긴다. 아침부터 동동 거리며 준비했으니 피곤이 몰려올만하다. 이렇게 힘들면서도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시 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나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자리에 누우면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거기다 손님이 온다고 강제로 청소도 했으니 집이 반질반질 광이 나 흐뭇하다. 애를 쓴 만큼 많은 응원과 위로도 받았다. 반가운 손님이 또 온다고 하면 얼른 오라고 해야지. 그리고 핑계 삼아 열심히 청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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