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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01. 2023

금빛 파인애플

명절이 가져다준 달콤한 나의 과일

파인애플은 참 맛있다. 내가 애정하는 과일이다. 제대로 숙성하면 노란 과육 부분이 진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단물이 많아지는데 한 입 베어 물면 진심으로 꿀보다 더 꿀맛이 난다. 다른 과일과는 차원이 다른 달콤함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파인애플은 수입 과일이라 다른 과일과 다르게 냉장 코너에 있다. 껍질이 두껍고 커서 보통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판매된다. 껍질은 투박하고 녹색빛이라 먹음직스럽진 않지만 과육은 노랗게 물들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사과, 복숭아, 바나나도 속이 노랗지만 비교할 수 없는 노란빛이다. 거기다 향은 얼마자 좋은지 주위를 달콤한 향으로 가득 채운다. 잘 밀봉하더라도 뚫고 나올 정도로 향이 진하다.


마트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휴가 시즌이었는데 일손이 가장 모자란 캐셔 파트에서 일을 했다. 손님이 계산대에 물건을 차례로 올려주면 하나씩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했다. 구매하는 물건은 먹거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중에서 파인애플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 계산을 하려고 차례가 다가온 파인애플을 손으로 잡으면 달짝지근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반사적으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아무리 강력한 치킨, 꼬치 냄새도 파인애플의 향은 이길 수 없었다. 어찌나 향긋하던지 먹으러 당장 달려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가난한 학생 시절 과일은 사치였기에 파인애플은 구경만 실컷 했다. 그렇게 파인애플은 내게 우러러보는 금빛 과일이 되어버렸다.


파인애플을 사 먹을 수 있게 된 지금도 비싸다는 기억 때문인지 선뜻 사 먹지 못한다. 비싼데 양도 작아 먹고 나면 늘 아쉽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삼촌이 파인애플을 가져다주셨다. 인생 전체를 통틀어 그렇게 맛있는 파인애플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넉넉하게 먹으라고 양도 푸짐하게 주셨다. 금빛으로 물든 접시를 보면서 참 행복했다. 이번에도 삼촌은 파인애플을 가지고 오셨다. 꼭지를 자르고 껍질을 빗듯이 자른 후 심지를 빼고 한 입 크기로 잘랐다. 먹기 전부터 온 집에 향이 진동했다. 자르면서 한 개를 입속에 넣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당장 다 먹을 수 있지만 당 함량이 높다고 하니 주의해서 나눠 먹는다.


이렇게 통째로 가져다주시는데 빨리 먹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통에 넣은 파인애플은 이틀이면 없어진다. 다 먹고 나면 아쉬워서 국물을 나눠먹고 빈통에 코를 대고 향이라도 더 맡아보려고 한다. 심지 주변이나 부분에 따라 떫고 신 쪽이 있기도 하지만 달콤한 과육을 먹는 순간 다 잊어버린다. 오늘 잘라두었으니 앞으로 이틀은 참 행복할 것 같다. 남은 연휴가 풍성할 것 같다. 파인애플 덕분에 정말 한가위구나, 명절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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