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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o 시오 Oct 27. 2018

기타로 내는 목소리, 샘 김

그의 새 앨범 SUN AND MOON - Part 1을 듣고

한창 기타를 든 가수 지망생이 많이 등장할 때였다.

여기저기 오디션 프로그램이 흥행하고 있었고, 매 회 출연자 세 명 중 한 명은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불렀다. 그중 미국에서 온 많은 출연자 중 한 명, 시애틀에서 온 기타를 독학한 소년이 주목받았다. 무대를 거듭할수록 좋은 재능에 빠른 성장을 거듭하여 열다섯의 나이에 결승까지 올랐다. 이후 안테나 뮤직에서 갈고닦은 음악으로 데뷔 앨범을 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10월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인 <Sun and Moon>을 가지고 돌아왔다. 어김없이 손에 기타를 든 채.


이것은 만 스무 살의 나이에 기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독보적인 가수가 된 샘 김에 대한 글이다.

 

출처:  ARENA 아레나 16년 5월호


기타는 그렇게 낯선 악기가 아니다. 음악 입문자들의 첫사랑이며, 오디션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채운다. 그러나 샘 김의 기타 사용법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익숙한 방향은 아니다. 기타는 그의 음악에서 반주 이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샘 김의 음악에서 기타는 분리할 수 없는 혈관이다.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메인 테마는 어김없이 그의 기타 리프가 감당한다. 첫 앨범의 타이틀 곡 <No 눈치>부터 두 번째 앨범의 <Make Up> 까지. 어린 나이에 보여준 오디션 본선 첫 무대에서도 그의 기타는 피아노로 대체 가능한 반주가 아닌 음악의 일부분이었다.     

 

1집 타이틀 <No 눈치> 라이브.

샘 김의 라이브를 보면 모두가 알 수 있다. 이런 연주를 하면서 이렇게 노래하는 가수는 거의 없다. 비트를 만들며 코드를 연주하고, 감정을 담아 노래하다가 기타 연주로 곡의 중요한 부분을 채우기도 한다. 굳이 매번 목소리로 곡을 채우려고 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기타로 이미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버 영상이든 오리지널 곡이든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본인의 오리지널리티가 묻어있는 편곡과 비트다. 그냥 샘 김은 자기 식대로 음악을 소화해서 들려준다. 이렇게 기타를 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음악을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2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샘 김의 음악에서 기타가 좀 더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타이틀 <Make Up>은 화가 난 연인에게 화해하자며 어르고 달래는 곡이다. 그녀를 설득하며 부드럽게 간절했다가도 박력 있게 소리치는 보컬이 주인공의 감정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이렇게 중요한 곡의 텐션을 이루는 것 또한 기타다. 멜랑콜리한 분위기부터 마초스러운 감성까지 담아 듣는 사람을 정신없게 한다. 강약 중강약 냉탕 온탕.


<Make Up(feat. 크러쉬)> MV. 크러쉬 형아 이번에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Sun And Moon>에서는 낮과 밤을 대변하듯 어쿠스틱과 일렉기타가 대조되듯 어우러진다. 어느 가을 토요일 아침이 연상되는 곡이다. 늦잠 자고 일어나 기분은 이른 아침이고 바람도 차가운데 이미 해는 하늘 높이 떠 햇살이 따가운 그런 날. 그리고 곡의 중심에는 샘 김의 목소리가 있다. 낮의 강렬함도 포용하고, 푸르스름한 저녁 공기도 닮아있는 목소리. 이건 샘 김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팀워크가 빛나는 곡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음악이 고유한 색깔로 진실되게 genuine 전해지는 이유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멜로디와 반주를 가져와 목소리만 얹힌 음악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 여름밤>은 보다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샘 김의 로맨틱한 색깔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건 샘 김이 한국말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거다. 참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1집 <Seattle>이라는 곡에서 '한국말이 더 빨리 늘었으면 좋겠어~'로 시작했던 어리숙하고 귀여운 문장 구사력으로도 진심을 표현할 수 있었던 샘이었다. 이번 곡에서는 메시지보다는 행간에 담긴 감정을 전하는데 가사를 사용한 게 너무 대견했던 팬이다. 우리 해외동포 샘 김 파이팅!   


기타를 잘 치는 가수들은 꽤 많다. 자신의 스타일을 녹여내는 아티스트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샘 김처럼 기타를 자신의 목소리로 사용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정말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보컬과 기타는 스무 살 샘 김의 목소리를 담고 있고, 그가 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따라 달라질 거다. 이것이 그의 새 앨범을 그토록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이며, 앞으로 나올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오리지널리티가 음악으로 다듬어져 세상에 나올 수 있기까지 누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르지만,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반짝이는 원석이 있어도 그 원석을 오래 사랑받게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믿는데, 우리의 샘 김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굉장히 복 받은 청취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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