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우리 회사사람이었지
T는 생일 전날에 이어 생일 당일에도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오늘도 만나자고 하면 부담스러워할 건가요? ㅎㅎ’
신기한 일이다. 그의 이런 멘트가 싫지 않고 웃겼다.
오늘은 한남동에 있어요. 알려준 주소로 40분 뒤에 그가 왔다. 친한 친구들은 나를 보내주며 실실 웃었다. 어머 웬일이래 이런 날 데리러 오고 호호. 친구들이 선물해 준 예쁜 케이크를 손에 들고, 목에는 T가 선물해 준 포실포실한 목도리를 두른 채 그의 차에 탔다. 하루아침에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이 생기다니. 웃긴 일이다.
생일에 이어 주말에도 그를 만나기로 했다. 회사 사람을 토요일 아침에 만나는 건 신선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한껏 깔끔한 모습을 하고 렌즈를 낀 모습이었다.
오우 노우 그런 어색한 행동 하지 말아요. 이 말은 속으로만 생각하고 눈 아프게 렌즈 끼지 말라는 말로 에둘러 말했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야근할 때처럼 후줄근하게 입었겠는가. 좋아하는 카멜색 코트를 입고 차에 올라타 우리는 한강을 끼고 달렸다.
미사 조정공원을 걷고, 만두전골을 먹고, 노을을 보며 다시 서울로 돌아와 국밥을 먹고, 야경을 보고 공원을 걸었다. 하루 남짓한 시간을 꼬박 같이 보낸 것이다. 저녁 즈음이 되니 이건 데이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싫지 않았는데. 그럼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산책을 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마음 저 안쪽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는 없었다. 헉 나 진짜 대책이 없네.
큰 공원을 다 돌았을 때 T가 뜸 들이던 말을 뱉었다. 올 것이 왔다.
‘제가 S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냐는 그의 이야기는 아주 놀라운 이야기도, 아주 기다리던 이야기도 아니었다. 몇 분 생각을 정리하곤 그에게 되물었다.
‘두 가지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알다시피 나는 기독교인이고, 이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해요. T와는 생각하는 것도,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는데 괜찮겠어요?‘
T는 그 점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했고, 내가 종교를 대하는 방식을 봤을 때 자기도 거부감 없이 탐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본인이 기독교가 얘기하는 하나님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음, 동의한다. 믿음이 생긴다는 건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두 번째 얘기는… 우리가 회사 동료잖아요. 저는 직장의 영역이 만남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해요. 만약에 만남을 이어나가는 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없었던 일로 하고 전처럼 동료 사이로 지낼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질문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답하던 그가 당황했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어요 하하… 나도 머쓱했다. 그렇지만 어떡해요 솔직히 나는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전혀 모르겠는 걸. 그리고 우리 둘 다에게 직장은 소중하잖아요! 수 초 생각하던 그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고,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동료와 친구와 썸 어딘가에 있던 두 명이 연애를 시작했다. 특약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