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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Jan 07. 2021

색, 계

영화리뷰


중일 전쟁 중에 난징에는 왕징웨이가


수반으로 있는 국민정부가 있었다.


왕징웨이는 중국 국민당에서 요직을


역임했는데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베트남 하노이로 도망가서 중국과 일본이


평화를 모색해야한다는 발언을 했다.



1940년, 그는 일본의 지지를 얻어 난징에


정부를 수립하고 그 일대를 통치했다.


이 일본 괴뢰정부는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전황이 일본에 불리하게


되자 왕징웨이는 일본 나고야로 가서


병사했고, 이 괴뢰 정부도 소멸되었다.


이 영화는 왕징웨이의 난징 괴뢰 정부 시절


상하이와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선생 (양조위)은 왕징웨이 정부의


첩보원으로, 항일 운동을 하는 동포들을


대거 체포하고 고문을 일삼는 매국노이다.



왕치아즈 (탕웨이)는 홍콩 대학에 입학하여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에 대한


저항 의식이 고조되던 시점이라, 연극


동아리는 항일 운동의 선봉에 서게 되었고


이선생을 암살하기 위한 모의를 하게 된다.



왕치아즈는 홍콩 부호의 부인, 막부인으로


가장하여 홍콩으로 부임해온 이선생의


부인과 교분을 쌓으며 암살 기회를 엿보지만


이선생이 다시 상하이로 부임하는 바람에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의 비밀 계획을 알고


이용하려던 선배 조덕희를 살해하게 되면서


대학생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3년 후, 친척집에 얹혀 사는 가난한 대학생


왕치아즈에게 옛 연극 동아리 선배가 다시


접근해 온다.





이번 계획은 장제스의 충칭정부 첩보단의 치밀한


계획과 지원에 의한 것이었다.



다시 이선생의 집에 드나들게 된 왕치아즈 (막부인)는


이선생의 호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고 밀회를 나눈다.


이들의 사랑행위는 폭력적이었다가, 처절하다가, 슬픔


느끼게 한다. 사랑행위를 통해 이렇게도 섬세하게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표현한 영화를 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사랑행위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이리도


적절하게 표현한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첫 시선은 서로에 대한 탐색이었고


폭력적인 첫 사랑행위는 서로가 죽여야만하는


적으로 만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명은 친일 매국노, 한 명은 항일 투사.


즉 두 사람은 적대적인 두 정부의 한 부속품으로


활용될 뿐, 개인으로서 존재하진 않는다.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개인과 정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공적인 존재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들의 심리는 비밀스런 만남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적인 삶을 용납하지 않으므로


비밀스럽게, 처절하게, 죽기 살기로 사랑행위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왕치아즈는 자기에게 부여된 막부인이라는


역할에 흠뻑 빠져들어 버렸음을 깨닫고 고뇌한다.




이 선생이 선물한 반지를 이선생과 함께 찾으러 가던날,


암살자들이 여기 저기 매복해 있었다. 이 선생과 함께


귀금속 상점에 들어간 왕치아즈는 이선생에게 암살


모의를 알렸고, 이선생은 탈출했다. 그리고


왕치아즈를 포함한 일당은 모두 체포되고 처형된다.



왕치아즈가 떠난 빈방에 앉아 있는 양조위의 허탈하고


쓸쓸한 눈빛이 오래 기억되는 슬픈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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