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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Jan 12. 2021

간절한 일상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백미터도 안되는 곳에


시립 도서관이 있다.



꼭 책을 빌리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서가를


천천히 걸으면서 책의 제목들을 훑어보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내가 주로 가는 서가는 역사책,


여행책, 그리고 철학책이 있는 서가였다.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경험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누려온 즐거움이다.



출처 픽사베이



제목을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거나


추천 받은 책을 보면 두 세권씩 빌려왔다.


어차피 다 읽지는 못할테니까 많이 빌리지는


않는다. 또 나는 책에 밑줄 긋고, 메모도 해야


읽은 것 같기 때문에 완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내 것을 사야만 한다.



이제 그곳을 상상하니 도서관의 책들에서


풍겨나오는 냄새가 코 끝을 맴돈다.


그 냄새에 대한 기억이 그 곳을 더 그립게 한다.


그러한 소소한 일상이 모두 과거형이 되었다니.


오늘도 도서관 옆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그곳에


들어가 서가를 걷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일었다.



영국에 있는 지인에게 소포를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영국에서는 모든


우편물을 차단하여 편지조차도 보낼 수가


없다. 그것이 언제 다시 가능할 지 확실히


알 수도 없다. 온 세계가 혹독한 시절을


겪고 있다. 그나마 우리는 안전한 편에


속하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오늘 시청의 업무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시청 직원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시청 운동장에는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줄을 서있었다.






기약없는 일상에의 회복을 소망하며


오늘도 안양천을 걸었다.


지난 봄,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려 안양천을 매일 걸었었다.


그때 본 생생한 자연의 색깔과 떼를 지어


퍼득거리는 살찐 물고기들이 얼마나 경이롭고


고마웠던지. 멈추어 버린 일상과 기약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변함없이 찬란한


자연을 보고 겸허한 마음이 들었던것 같다.





이제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땐,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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