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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Jan 18. 2021

고양이에 대한 편견


나는 집안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싫어했다.


단독주택이라면 몰라도 아파트에서 기른다는 건


털이 날리는 것도 싫었고, 동물 입장에서도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이라 생각해서였다.


또 돌봐주어야 할 식구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은 면도 있다. 집안에서 돌봄이란


결국 주부의 몫이니까.



특히, 고양이에 대해선 편견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렸을 땐, 밤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많이 났다.


그 소리는 애기 울음소리 같았는데


어른들이 곧잘 듣기 싫다고 짜증을 내곤하니


그 소리는 불쾌하고 불길한 소리라는 편견이 자리 잡았다.


또 사춘기 시절에 애드가 알란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를 읽었는데 복수하는 검은 고양이가


매우 공포스럽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고양이는 해코지 하면 반드시


복수하는 무서운 동물이라는 편견이 자리잡았다.



애완동물을 기필코 들이지 않으려는 


엄마에게서 독립하여 살게 된 두 딸은


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하더니


온통 고양이 이야기만 했다.


검은 고양이가 갖고 싶다던 막내는


결국 태어난지 얼마안된 검은 고양이도


 데려와 두 마리가 되었다.





수줍음이 많은 머루



다 큰 딸들이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으며


돌보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애정을 쏟았던


그 모습을 보는 듯하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비싼 매트를 발톱으로 뜯어서


못쓰게 만들어도 마냥 귀엽다고 좋아하고,


서랍을 열어서 안에 든 속옷을 다 끄집어 내어


흐트려 놓아도, 서랍을 열 줄 아는 


똑똑한 고양이라고 좋아한다. 


그리고 매번 다시 정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고양이 위주여서 부모도 뒷전이라


섭섭한 마음도 없진 않았다.



그러다가 고양이가 우아한 자태로 창 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고양이는 창밖을, 


나는 고양이를 오랫동안 보았다.


 마치 함께 명상을 하는 듯 고요함을 느꼈다.


내게 다가와 몸을 부비고 손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을 때 경직된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고


이름을 불렀을때, "야옹"하고 응답을 하니


서로 교감한다는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털을 쓰다듬으면


말로 표현 못할 마음의 평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수십 년 가져오던 편견이 깨지고


이젠 딸 보다, 고양이들이 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만이 편견을 가진다.


편견은 차별을 낳고, 폭력성을 띄기도 한다.


게다가  편견의 잣대는 매우 주관적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막내가 좋아하던 그림책


하나가 떠오른다.


토미 웅거러크릭터라는 책인데


"뱀은 징그럽다"라는  편견을 깨우치게 했던 그림책이다.


이 책을 보며 내가 동물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알았고, 그때부터 내 아이들에게 나의 편견을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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