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시온 Jan 30. 2021

부여 여행 2

정림사지 5층 석탑, 궁남지, 온돌숙소


부소산성을 두 시간 정도 걸었다.


차 안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정림사지 5층 석탑을 향해 걷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느낀 부여의 모습은


정갈하고 품위있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3층이상의 건물이 없는 도시의 풍경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길을 걷다가 보도에 깔린 여러가지 백제인의


얼굴을 새겨 넣은 타일들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 아래의 선승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보도를 장식한 벽돌



백제인들은 벽돌을 만들 때 섬세한


무늬를 새겼다. 예전에 국립 중앙 박물관에


자주 갔었는데, 백제관에 전시되어 있는


벽돌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산수무늬 벽돌에는


산을 향해 걸어 가는 선승이 있었다.


그 선승만을 새겨 현대의 부여인들은


보도를 장식하였다. 간단한 몇개의 선으로


표현된 선승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매력을 풍긴다. 이 타일 하나 만으로도


부여의 품격이 남달라 보인다.



정림사지 5층 석탑


백제는 삼국 중 처음으로 석탑을 만들었다.


익산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이 최초의 것이고


그 다음이 정림사지 5층 석탑이다. 이 석탑은


백제 석탑의 완성을 보여주는 세련미와


안정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단아하며 단호해


보이는 탑의 자태는 그 자체로 백제의 인상이다.


바로 뒤에는 불상을 모신 금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그 뒤의 건물은


강당으로 쓰던 건물이라 하여 들어가 보았다.


사람을 무장 해제 시키는 커다란 석불좌상이


나를 맞이 했다. 얼굴을 보자마자 난 웃음을


터트렸다.



정림사지에 있는 고려시대 석불좌상


왼쪽 뺨은 부은 듯하고, 얼굴의 이목구비가


두리뭉실하다. 몸체는 만들다 만듯하다.


잘하려고 애쓴 예술가의 까칠한 긴장감보다는


만들다가 멋쩍게 웃는 석공의 넉넉한 인상과


성격이 연상된다. 이러한 불상은 호족이


지배층이었던 고려 초기의 불상이다.



정림사지에서 남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궁남지가 나온다. 궁남지는 634년 무왕 시기에


왕궁의 남쪽에 만든 연못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컸는데 연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늘 이러한 장관을 보고


살 터인데 부럽기 그지 없다.



궁남지



숙소를 향해 가다가 규암면의 세간 책방에 들리기로


했다. 책방 주인은 오래된 구옥을 사들여 책방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골목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세간 책방 겸 카페



이번 여행의 목적인 구들장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숙소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가 갔던 날, 카페는 문닫는 날이고


숙박손님도 우리 밖엔 없어서 아주 한가로웠다.



이 푸들은 사람기척이 나면 가장 먼저 뛰어나온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유기견이었던지라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만지려고 하면 문다고 주인이 주의를 주었다.



이 숙소에는 동물들이 많다. 푸들, 고양이,


삽살개 순으로 앉아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사진을 찍었다.



이 수탉은 새벽 세시 부터 동이 틀 때 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울어대었다.


주인이 전날 이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수탉소리 땜에


잠을 방해받기 싫으면 콘테이너에 가두겠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해서 그냥 두라고 했다. 시골에 온


맛을 제대로 알게 해준 닭이다.



늘 내 여행에는 비가 따라다닌다. 이번 여행에는


비 예보가 없기에 예외인가 싶었더니 예보에 없던 비가


아침부터 내렸다. 덕분에 운치있는 창 밖 풍경을 보며


전날 밤 타고난 재 속에서 구운 고구마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즐겼다.




나이가 들면 회귀 본능이 생긴다는데


그래서인지 따끈한 온돌방이 아주 많이 그립다.


그리고 1년 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도 많이 난다.


돌아가셨을 땐, 그 슬픔을 잘 실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더 애틋하게,


더 가슴 저미게 생각난다.


엄마가 경상도로 시집가기 전까지 태어나고 자랐던


부여에 오니 더욱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부여 여행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