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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Mar 27. 2021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기 2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83호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고, 보고 또 볼수록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있다.

볼 때 마다, 물감이 물에 퍼지 듯 내 마음을

고요하게 적시는 유물들이 있다.


이번 박물관 나들이는 그 유물들이 너무 보고

싶기 때문에 나선 것이다.


3층 불교 조각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으로 직행했다. 금동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은

국보 78호와 83호가 있는데 매년 번갈아 전시된다. 

내가 갔던 날은 늘 국보 83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도 국보 83호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 앞에 서면 반투명의 장막 뒤로 반가사유상의

실루엣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83호


금동은 청동에 금박을 입혔다는 뜻이고

미륵보살이란 석가모니불 이후, 56억 7천만 년 

뒤에 다시 중생을 구원하러 오실 미래불을 말한다.

반가사유상이란 오른다리를 왼쪽 무릎위에 

올려놓고 오른 손으로 턱을 가볍게 괴고 명상하는 

자세의 불상을 뜻한다.


이런 불상의 양식은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아직

왕자였던 시절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생로병사와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힌 인생의 번뇌에 잠겨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 석가모니의 자태는, 

그런 이유로 젊고 아름답다.


이 불상 양식은 5-6세기 무렵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중국에는 이정도 크기의 섬세한 반가사유상이

없다. 7세기 초에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추정되는

이 불상은 삼국시대의 세련되고 뛰어난 주조 기술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나는 이곳에 올 때 마다, 잠시 무릎을 꿇고

불상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불자는 아니지만,

모든 훌륭한 종교적 상징물에는 만든 사람의

혼신의 노력이 들어가 있을 것이므로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고 감상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긋이 감은 두 눈과 생각에 잠긴 고요한 얼굴을

보면, 마치 나를 명상의 길로 이끌고 가는 것 같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얘기할 때

꼭 함께 거론 되는 것은 일본 광륭사에 소장된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일본 광륭사의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 출처 donga.com


1945년 가을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이 불상을 보고,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그리스 조각상이나 로마시대의

조각 상이 나타내지 못한 인간 실존의

깊은 곳까지 도달한 절대자의 모습을 나타낸 것"

이라고. 이후 일본은 1950년에 지정된

문화재보호법에서 이 목조미륵보살상을 조각

부문 제 1호로 지정하였다.


우리의 금동미륵보살상과 일본의 목조미륵보살상을

비교해보면, 머리의 삼산관과 얼굴 표정, 목 주름,

옷의 주름등이 너무도 유사하다.

게다가 사용된 나무가 일본에서 나지 않는 

적송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어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이다.


이렇게 두 불상은 아주 유사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비교해 보면 약간의 차이도 보인다.

목조미륵보살의 얼굴엔 미소가 있는 듯하고, 수인이

약간 다르다. 목주름은 공통적으로 있지만,

금동미륵보살의 가슴께에 있는 옷주름이

목조미륵보살에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이

이 불상이었으나 이제는 사진감상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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