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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Mar 31. 2021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기 5

물가 풍경 무늬정병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인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무늬 정병 (국보 92호)이 있는

3층 금속공예실로 들어섰다.



청동 은입사 물가 풍경 무늬 정병 (국보 92호)


내가 이 정병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동안

청동이 부식되어 녹이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그 푸른 녹의 빛깔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안타깝게도 그 깊고 품격있는 빛깔을 사진에 

담아내지 못했다.





정병은 깨끗한 물을 담는 병으로 승려들의 필수품이었다.

인도의 승려들이 처음 사용하였고, 중국의 구법승들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중국에 알려졌다. 따라서 인도와

중국에도 정병이 있고 고려시대만 해도 자기나

청동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정병이 있다. 그러나

형태와 무늬를 새기는 기법에 있어서 고려시대의

이 정병이 최고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 방법은 청동으로 형태를 만들고 표면에 날카로운

도구로 그림을 새겼다. 그리고 그 홈속에 0.5mm의

은실을 두드려 메꾸어 넣었다. 이 기법을 은입사

기법이라 한다. (지금은 이 은실도 녹이 슬어 

검은색이 되었다.)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는 

매끈한 청동 표면에 은실로 새긴 풍경이 

반짝였을테니 지금의 것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졌을 것이다. 



새겨진 그림은 호수가의 한가로운 정취를

표현하였다. 수양버들 긴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늪가에 갈대가 자라고 있고, 물 위에 떠있는

오리들, 줄지어 하늘을 나는 철새들, 삿갓을 쓰고

노를 젓는 사람들, 그리고 병목에는 구름무늬를

장식했다. 긴 부리는 물을 따르는 용도이며 병

어깨에 붙은 마개 달린 부분은 물을 넣는 곳이다.


고려인은 이러한 은입사 기법을 응용하여 나전칠기를

만들고, 청자에 백토와 자토를 메꾸어 넣어 무늬를

새겨넣는 상감청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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