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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May 17. 2021

아버지의 이름으로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는 여러번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준다.

이 영화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래된 정치적 갈등을

바탕으로 깔고, 덩치만 큰 철부지 말썽쟁이 아들과

그런 아들의 든든한 지주이자 등불이 되어준

아버지의 존재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1974년 10월 5일 밤 영국 길포드 지역의

레스토랑 두 곳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7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테러 사건의 주모자로 아일랜드 청년

제리 콘론, 폴 힐, 패트릭 암스트롱,

캐롤 리처드슨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3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실제 주인공인 제리 콘론은

석방 후, 자전적 소설 "입증된 무죄"를 썼는데

이 소설을 바탕으로 짐 셰리든 감독이 영화화 했다.


이들은 IRA (아일랜드 공화국 군)의 테러와

연관이 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되었다.

재판에서 그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검찰의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게다가 제리 콘론의

아버지와 이모 등 가족 7명까지 폭탄을

제조하려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수감되었다.





아버지는 "정직한 돈이 더 멀리 간다."

"손 안에 있는 새 한 마리가 숲의 두 마리

보다 낫다" 등등의 명언으로 아들을 정직하게

키우려 했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다.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다. 감옥에서

아버지와 지내면서 허약하고 순응적인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토해낸다. 감옥내에서 조차 철없는

아들은 몰래 마약을 흡입하고, 폭력사태에 

가담하는 등 비행을 저지른다.

그럴 때 마다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아들의

비행을 다잡고 설득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두 배우의 명연기가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고리타분한 도덕관념과 신앙, 언제 끝날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결백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쉬지않고 호소하는 답답함.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1977년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IRA

단원이 그 폭탄 테러는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는

것을 실토했다. 그러나 영국 검찰과 재판부는

제리 콘론과 친구들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89년 이 사건을 조사하던 인권 변호사가

이들의 혐의가 담긴 검찰 심문 내용 초안을

발견했는데 많은 부분이 편집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증거를 바탕으로 청년들은

다시 항소했고, 재심결과 검찰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의 30년 간의 수감생활 끝에

4명의 젊은이들과 가족들이 마침내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은 영국 사법 사상 최대 과오로

남았으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리 콘론의 아버지가 감옥에서 숨을 거둔 것이었다.



좋은 아버지란 어떤 아버지 일까.

아들이 보기에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아버지였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도덕성을 가진, 가난하고

성실했던 아버지가 결국은 아들의 삶을 지켰다.

그리고 아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두려워 무고한 이들의

삶을 30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썩도록 했던 검찰

간부도 집에 들어가면 자신이 좋은 아버지라

생각했을까.


1970년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는 영국군대와

IRA가 대치하고 있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영화 초반에

벨파스트의 폭동 장면이 나온다. 영국군대가

고철을 훔치던 주인공 제리 콘론을 IRA의 저격수로

오인하고 체포하려다 일어난 사건이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은 12세기 부터

700년간 계속되었다. 19세기 말부터 거세게 일어난

독립운동으로 여러 독립운동 단체가 만들어졌고,

1916년에 본격적인 독립운동인 "더블린 부활절

봉기"가 일어났다.아일랜드의 가장 강력한 저항단체인

신페인당의 주도로 아일랜드가 자치권을 갖자는 운동이

계속되었으며 아일랜드 공화국군 IRA가 만들어졌다.


신페인당의 지도자인 마이클 콜린스는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보장받지만, 개신교 신자들이

많았던 아일랜드 북부 얼스터 지방은 자치권을

거부하고 대영제국의 일부로 남기를 원했다.

1947년 영국은 북부 지방을 제외한 아일랜드의

독립을 인정하여 "아일랜드 공화국"이라는 완전한

독립국이 탄생했다.


영국의 일부로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카톨릭

신자들이 차별을 당하고 학대를 당했다. 이에

IRA는 북아일랜드와의 통합과 카톨릭교도들의

권익 수호를 주장하며 북아일랜드와 영국에 

테러를 자행했다.


1970년대는 영국 정부와 IRA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로 테러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혐의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은 체포할 수

있으며 변호사 없이 7일 간 취조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공권력의 남용 속에서 힘없는 개인이

얼마나 억울한 운명에 처하게 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권력의 횡포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용감하고 정의로운 지성인이 중심이 된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임을 다시한번 일깨우는

영화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래서 결국은 사회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 그런데 요즘은 왜

정의와 윤리의식이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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