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시온 Mar 16. 2024

딸들에게 9

회복

어느덧 해를 넘기고 2024년 3월의 중간에 

서 있구나. 날카로운 꽃샘 바람을 맞으며

매일 산책을 하던 안양천에서,

어제는 따스하고도 포근한 바람을 느꼈어.

그리고 그 봄바람에 느슨해진 땅의 흙들을

비집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초록의 이름모를

풀들과 어린 쑥, 보랏빛 귀여운 제비꽃들을 

보았지. 그것들은 마치 허옇게 드러났던 

내 두피를  메꾸어 가는  새로운 머리칼과도 

같아서 더욱 사랑스러웠어.


1월 19일, 의사로 부터 항암치료를 2개월 간

중단해 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도

기뻤지만, 혹시나 너무 기뻐하는 바람에

그 기쁨이 물거품이 될까봐 조심스러웠어.

마치 깨지기 쉬운 커다란 유리병을 선물로

받아든 기분이었지. 


한 달에 두 번씩, 3박 4일간 항암제와

항구토제, 수액 등을 캐모포트와 혈관주사를

통해 맞고 나오면 내 몸은  온갖 독한 약품에

푹 절여진 것 같았어.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면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또 3일간을 늘어져서 

구토를 반복하며 누워있었지.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암세포를 키우는 음식 (설탕, 밀가루, 가공식품, 

유제품)을 삼가고, 채식 위주로 음식을 섭취한 지

2개월이 지났어. 


이제 머리칼 뿐 아니라 위장과 식도의 고통도

없어지고, 일체의 냄새를 거부하던 민감한

후각도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어.

거뭇하던 피부도 다시 밝아지고 있고.

다만 손가락 끝이 저리고 무감각한 상태만

아니라면 난 정상인과 다름없다고 느껴져.


신기한 것은 8개월 간의 길고 지루했던 

항암 치료 기간이 먼 과거의 악몽 같이 느껴지고

이젠 무언가를 하고픈 의욕이 샘솟는다는 거야.


8 개월 동안 나는 모든 갈등 구조를 접하는 것이

싫고 힘들었지.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뉴스도 보게 되지 않았어.  

책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책은 꾸역 꾸역 

읽었어. 힘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리속이 짙은 안개에 뒤덮일 것 같아서 말야. 

바로 어제 있었던 일도 잊어버릴 정도로

깜박 깜박 찾아오는 망각증은 

내가 곧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당연한 말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지금, 

내 속에서 생명력 있게 꿈틀대는 의욕들은 

이제 다시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이 되어주겠지.


젖먹던 힘까지 다해  밤낮으로 날 돌봐준 

네 아빠와 너희 둘의 힘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거야. 

다음 주 3월 21일 CT검사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 

내가 건강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우리 가족, 친척, 친구, 그외 얼굴은

모르지만 격려를 보내주는 SNS 상의 

이웃들까지 생각하면 나는 아주 긍정적인

에너지장 속에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단다.

작가의 이전글 리빙 : 어떤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