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uropeans
영국의 역사학자인 올랜도 파이지스 (Orlando Figes) 가 펴낸
유러피안을 읽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종인 번역, 출판사는 커넥팅이예요.
2020년 4월에 초판된 이 책은 9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라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다지 어렵진 않았어요.
어려운 관념어들이 없어서 술술 넘어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작가의 서문은
1846년 6월 13일 화창한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최초의 증기 기관차는 브뤼셀로 가는 최초의
개통 운행을 하기 위해 파리의 생라자르 역에서
천천히 빠져나갔다.
라고 시작됩니다.
작가는 철도의 시작과 더불어 유럽인들이
서로 왕래하게 되면서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이동이 시작된 후,
유럽 문화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세 사람의 중요 인물을 축으로
수많은 유럽의 예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읽다가 보면, 그들이 마치 색색깔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
촘촘하게 얽히고 설키어, 동질성을 가진 하나의 유럽문화라는
직물을 만들어 낸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개별적으로 알고 있었던 예술가들이
이 세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고, 거래도 하고,
싸우고 미워하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베르디,
빅토르 위고, 플로베르, 조르주 상드, 모파상, 에밀 졸라,
테니슨, 바그너, 요한 슈트라우스, 로시니, 샤를 구노
베를리오즈, 차이코프스키 등등
제가 모르는 예술가들까지 하면 수없이 많이 언급됩니다.
또 공연을 보러 오거나 후원했던 정치가도 나오지요.
나폴레옹 3세, 비스마르크, 알렉산드르 2세 등등.
중요 인물 세 사람은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
가수이자 작곡가인 폴린 비아르도,
그리고 그녀의 남편 루이 비아르도 입니다.
루이 비아르도는 폴린 비아르도 보다 21살 연상인데
당시 비평가, 학자, 발행인, 극장 지배인, 언론인,
번역가로 활약한 문화계의 대부였습니다.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특이하게도 별 갈등 없이
죽을 때까지 평온하게 유지되어,
진한 우정으로 끝맺었습니다.
폴린 비아르도는 남편과 함께
유럽 각지를 다니며 순회공연을 다녔고
투르게네프는 그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가고,
같은 구역에 집을 구하고 함께 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다진 폭넓은 국제적 인맥과
연락망을 통해 문화 중개인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 전역에 작가, 화가, 음악가를 홍보해
예술 무대에 데뷔 시켰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자본주의와 어떻게
관계 맺고 새롭게 형성되어가는지 보여줍니다.
생산기술, 사업관리, 마케팅, 홍보, 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예술가를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의 등장 등을
언급하며, 공연예술, 문학, 음악, 미술이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합니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심각한
도박증에 걸린 도스토옙스키 이야기 입니다.
그는 도박빚으로 늘 채권자에게 시달리고
시계 마저 저당잡히면서도 계속 도박을 했답니다.
투르게네프에게서 돈을 빌렸으면서도
유복해 보이는 투르게네프에게 적개심을 품고
자신의 작품 " 악령" 속에서 그를 풍자했답니다.
투르게네프는 그런 도스토옙스키에게
자신을 비방하기 전에 빌려간 돈 부터 갚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응수했다지요.
19세기 후반의 유럽역사가 아주 촘촘히 기술된
이 책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역사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