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민참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투표율이나 봉사활동 참여도를 측정하는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국제 분쟁, 빈곤, 불평등, 인권 문제와 같은 난제들은 국경을 가볍게 넘어 인간 사회 전체에 얽혀 있다. 이 거대한 문제들 앞에서 시민참여는 더 이상 지역적·국가적 차원에서만 정의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 시민”으로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다시 말해, 시민참여의 의미는 시대와 함께 확장되고 있으며, 오늘날 그것은 지구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윤리적 과제다.
최근 연구는 시민참여가 어떻게 촉발되고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우선 지식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기후변화, 젠더 불평등, 빈곤의 원인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실천, 청원 서명과 같은 일상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교육을 통해 사회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참여 행동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지식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습득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더 적극적인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비판적 사고의 역할이다. 비판적 사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것만으로는 참여를 직접적으로 촉발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문제의 구조적 모순을 파악하고 다양한 해석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유는 종종 반성적 수준에 머물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참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왜 내가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동기적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의 깊이는 행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지만,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동력은 또 다른 차원에서 비롯된다.
이 지점에서 공감은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특히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단순히 함께 느끼는 차원을 넘어, 그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 결과 참여 행동을 촉진한다. 그러나 공감 역시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에 머무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뉴스로 보도될 때 잠시 공분하거나 슬픔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은 희미해지고 일상의 관성으로 돌아가기 쉽다.
지식과 사고, 공감을 넘어 참여를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나는 글로벌 시민이다’라는 자기 동일시는 개인적 감정을 넘어 사회적 책임으로 나아가게 한다. 정체성은 단순히 하나의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선택을 규정하는 준거가 된다. 따라서 자신을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지식과 공감을 일시적 상태로 두지 않고, 그것을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참여로 이어가려 한다. 연구가 보여주듯, 비판적 사고나 공감은 글로벌 시민 정체성과 결합할 때 비로소 행동으로 전환되고, 참여는 지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논의는 교육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지금까지의 시민교육은 주로 지식을 전달하거나 비판적 사고력을 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 물론 이는 시민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그러나 정체성 없는 지식은 쉽게 소비로 끝나고, 사고력은 냉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육은 더 나아가 학습자들이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문제를 세계적 맥락과 연결하여 토론하게 하거나, 국제 연대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을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학습자가 삶의 태도를 형성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하도록 하는 교육적 기획이다.
결국 시민참여를 묻는 일은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정보에 밝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시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나의 삶과 타인의 삶, 나의 국가와 다른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따라서 시민참여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자신을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참여는 나의 이익을 넘어선 ‘우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자 실천이다.
이제 시민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은 지식이나 기술의 축적만이 아니라, 정체성 기반의 시민교육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새로운 과제다. 지식과 공감, 그리고 정체성이 맞물릴 때, 시민참여는 일시적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 책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참여로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