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지음)를 읽다가 오래 남는 구절을 만났다.
141쪽에는 오티움(Otium)과 네고티움(Negotium)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오티움은 로마인들이 삶을 하나의 예술처럼 누리던 방식이다.
유유자적하고 자유롭고 고요한 시간, 비생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독서, 철학, 명상, 대화 등을 통해 영혼과 정신을 수양하는 삶. 그런 삶이 바로 오티움적 삶이다.
반면 현대인의 삶은 대체로 네고티움에 가깝다.
바쁜 시간, 촘촘한 스케줄, 의무와 제약으로 이루어진 삶.
지금 우리 대부분은 네고티움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오티움적인 삶을 꿈꾸고 있다는 구절이 유난히 깊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그렇게 계획들로 가득 찬 삶을 바카레(Vacare) 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워두고,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여백을 허락해야 한다는 뜻일 텐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
경쟁사회의 일원이 되어버린 우리는 놓아야 할 것마저 끝내 놓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예전에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알게 된 한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학병원에 있으면서 그러다 죽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고. 그러니 자신을 너무 옥죄지 말고,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은 도태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심지어 퇴사하고 한 달 정도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병원밥도 먹으면서 그냥 푹 쉬어보라고 하셨다.
실제로 퇴사 후 한두 달 동안 쉬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많이 걷고,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는데 놀라울 만큼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는 쉬는 것이 뒤처지는 일처럼 느껴졌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은 멈춤이 아니라 회복이었고, 퇴보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계획이 아니라,
가끔은 비워두는 용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