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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Jan 03. 2020

립 서비스

애들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던 빨래.

이제는 두 식구만 남으니

일주일에 한두 번 세탁기를 돌릴까 말까 하다.

난 빨래를  4그룹으로 나누어서 하는 편이다.

세탁기에 빨 수 없는 손빨래 그룹

삶은 코스로 세탁하는 타월과 속옷
흰색 계통의 빨래들
검은색 계통의 의류와 양말들

그런데 나는 양말류는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 뒤

세탁기에 넣어 한번 더 빨래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  습관이 생긴 것은

좌식으로 되어 있던 우리 식당 바닥 때문이다.
삼겹살 집 방바닥은 아무리 잘 닦아도

삼겹살 기름이 양말에 묻게 된다.

게다가 손님 배웅한다고 양말만 신고

밖으로 뛰어나가던 남편의 양말은

늘 지저분함이 다른 양말의 두배였기 때문이다.

양말이 어느 정도 모였기에

손빨래를 하려고 목욕탕 문 앞에 모아두었다.

이를 본 우리 남편 왈,

여보
이 양말들  손빨래하면 되는 거지?
내가 해줄게.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이틀을 기다렸다.

그런데 감감무소식.

나는 세숫대야에 양말을 모아
다시 목욕탕 안에 넣어두었다.

내가 맘먹었을 때 빨리 빨 수 있도록.

그런데 그것을 본 남편 왈,

와우~
내가 당신을 도울 일이 생겼네.

나는 다시 이틀을 기다렸다.

다시 감감무소식.
기다리다 못한 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양말 빨아준다며?

응 그럼~
양말에 손도 대지 마.
내가 다 빨거야.

다시 시간이 흘렀다.

보아하니

남편은 전혀 양말을 빨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하기야 연말이라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이긴 하지.
양말 빨기를 기다리다간 신을 양말이 없게 생겼다.


난 오늘 양말 애벌빨래를 했다.

남편의 양말 빨기는 립서비스로 끝났다.
여보 마음만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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