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던 빨래.
이제는 두 식구만 남으니
일주일에 한두 번 세탁기를 돌릴까 말까 하다.
난 빨래를 4그룹으로 나누어서 하는 편이다.
세탁기에 빨 수 없는 손빨래 그룹
삶은 코스로 세탁하는 타월과 속옷
흰색 계통의 빨래들
검은색 계통의 의류와 양말들
그런데 나는 양말류는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 뒤
세탁기에 넣어 한번 더 빨래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 습관이 생긴 것은
좌식으로 되어 있던 우리 식당 바닥 때문이다.
삼겹살 집 방바닥은 아무리 잘 닦아도
삼겹살 기름이 양말에 묻게 된다.
게다가 손님 배웅한다고 양말만 신고
밖으로 뛰어나가던 남편의 양말은
늘 지저분함이 다른 양말의 두배였기 때문이다.
양말이 어느 정도 모였기에
손빨래를 하려고 목욕탕 문 앞에 모아두었다.
이를 본 우리 남편 왈,
여보
이 양말들 손빨래하면 되는 거지?
내가 해줄게.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이틀을 기다렸다.
그런데 감감무소식.
나는 세숫대야에 양말을 모아
다시 목욕탕 안에 넣어두었다.
내가 맘먹었을 때 빨리 빨 수 있도록.
그런데 그것을 본 남편 왈,
와우~
내가 당신을 도울 일이 생겼네.
나는 다시 이틀을 기다렸다.
다시 감감무소식.
기다리다 못한 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양말 빨아준다며?
응 그럼~
양말에 손도 대지 마.
내가 다 빨거야.
다시 시간이 흘렀다.
보아하니
남편은 전혀 양말을 빨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하기야 연말이라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이긴 하지.
양말 빨기를 기다리다간 신을 양말이 없게 생겼다.
난 오늘 양말 애벌빨래를 했다.
남편의 양말 빨기는 립서비스로 끝났다.
여보 마음만 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