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성숙 Mar 11. 2020

장사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사정이 어려운 요즘.

우리 식당은 주방 직원 한 명과 우리 부부

이렇게 세명이 일을 한다.


손님이 많건 적건 주방으로 가면 주방에,  

홀로 나오면 홀에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날짜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몸도 빨리 지치는 것을 보면

역시 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 어수선한 시국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점심 매출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웃픈 일 이긴 한데 메인 메뉴인 삼겹 손님은 줄고

사이드 메뉴 매출 비중이 커졌다고나 할까.

내일은 직원이 쉬는 날이다.
남편이 말한다.
-황 언니 내일 쉰다니 우리도 쉴까 봐.


남편이 지쳐있는 걸 아는 터라

나도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셔.


대답은 했지만 맘이 썩 내키진 않는다.

우리 식당은 1년 중에 정식 휴무는

추석 연휴와 설 연휴에 2~3일씩 쉬는 게 전부다.
비정기적으로 쉬는 건 특별한 일이 있을 때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나 될 거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단골손님들에게 전화가 온다.

-무슨 일 있어요?
-일부러 여기 왔는데 어떡하면 좋죠?
-여기서 약속을 했는데 큰일났네.
-김 사장, 가게 문 안 열고 뭐해?

  지금 손님들 우르르 왔다 가네.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다시 말한다.

-여보! 오전만 열까?

  그래도 점심식사 손님은 받아야지.


남편이 말을 받는다
- 그러다 보면 못 쉬지. 눈 딱 감고 쉬는 거야.

다음날 아침.
누워 뒤척이던 남편,
 - 오늘이 삼겹살데이네.
    오전에 쉬고 오후에 열까봐.
- 그러셔.


매년 삼겹살데이 때는 손님이 많았었는데.
매스컴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송만 하니   

삼겹살데이는 생각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남편은 집에서 좀 쉬다가
ㅇㅇ식당에 가서 거기 근황도 물어볼 겸

커피나 하고 옵시다 한다.

11시쯤 ㅇㅇ식당에 도착했다.

건물에 들어갔던 남편이 금방 나온다.

-여긴 점심 손님이 없어 늦게 출근한다네.
  다시 집으로 갑시다.


그런데 남편과 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점심 손님이 우리 식당을 찾아주는데

지금 우린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불황에....

- 여보.

남편을 낮게 불렀다.


- 우리 딱 2시까지만 열고 쉬었다가

   저녁에 문 여는 게 어때?
-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장사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몸이 아파도, 일이 생겨도,

가게 문을 닫으면 좌불안석이다.

늦은 시간 문을 열고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그날 점심 매상은 다른 날의 두배였다.

그리고 남편은 링거를 맞았다.

작가의 이전글 봄을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