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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Mar 07. 2020

봄을 기다리며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19로 시끌벅적하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얼어붙고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아픔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요식업계에서 발 딛은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이런 위기는 처음 경험해본다.

우리 식당은 햇수로 17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가끔 블로그를 보고 찾아왔다며

맛있게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하는 손님들이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는 나름,

“우리 집은 숨은 맛집이다"라는 자부심도 가져본다.

작년 가을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매출이 갑자기 내려앉았다.

좀 회복되려는 순간 다시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매머드급 사건에 경험해보지 못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여차 저차 한 이유로 2달 간격으로

직원 2명이 사표를 내게 되었지만

우리는 직원을 더 뽑지 않기로 했다.


인건비도 오르고 퇴직금도 줘야 하는 현 상황에서

경제까지 타격을 받게 되니 주인이 더 뛰는 것만이

살 길이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신 일이 많이 밀리거나 예약이 들어오면

일당 파출 아주머니들을 부르기로 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단주도 강행했다.

우리와 비슷한 나이인 주변 친구나 지인들이

이제 정년퇴직을 하거나 앞둔 상태이다.

이런 현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자영업이라 정년이 없으니

이것이 장점일 수도 있어.

식당 운영하면서 좀 덜 벌더라도 긴축하면서

직원을 더 쓰고 설렁설렁 일을 합시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게

행운일지도 몰라.
집에서 놀다 보면 인생이 허무해질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맘도 힘들어지고 빨리 늙지 않겠어.
그러니 어쩜 우리가 더 잘된 것인지도 모르지.

어찌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위안하는 말들이었겠지만.

그런데 인건비 절감만이 살길이 된 지금,

전적으로 매달려 영업을 해야 하니

체력의 한계가 온다.

술을 끊었으니 겁날 것 없다던 남편도

엊그제 쓰러질 것 같다며 영양주사를 맞았다.


나도 일하는 도중 왼쪽 무릎의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걸을 수가 없어 정형외과를 다녀야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나이가 먹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오래 서 있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말고 쭈그리고 앉지 말라고 했다.
식당일을 하면서 조심은 하겠지만

피해 갈 수 없는 일들이다.


이제 올 5월이면 새로 바뀐 건물주인과 

다시 계약을 해야 한다.
어떤 조건들을 들고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지금보다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줄까?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럼 그만두면 뭘 하지?
새 사업에 뛰어든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 될 것이다.
만약 실패하는 경우 재기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일 수 있다.

그럼 취직은 가능할까?
이 나이에 식당 외에 젊어서 했던 경력이

빛을 발하기엔 너무 늦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파출 사무실도 일감이 없어

회원들에게 일을 나누어 주기도 어렵다 한다.
여기저기 문 닫는 중소기업도 많다는데

나이 먹은 소시민이 허드렛일 할 거 리나  있을까?

나름 열심히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이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우리 부부에게  희망의 봄이 찾아오길 기다리며

온 국민에게도 평범한 봄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새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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