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성숙 Jan 25. 2024

내가 할머니?

새해가 되었으니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세월유수다. 예전에 내 할머니께서 나이가 먹어도

맘만은 이팔청춘이라고 하시더니

이제야 그 말이 내게 와닿는다.


며칠 전 시장에 가는 길.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내 뒤에 젊은 부부와 딸이 다가와 섰다.

그때  뒤에 서 들려오는  말.

“엄마아~ 핸드폰 그만 봐. 핸드폰 보면서 걷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


엄마에게 잔소리하는 귀염둥이가 누군가 보려고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꼬마는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고 싶었는지

내 옆으로 와서 섰다.


그때  아이의 아빠가,

“노란 선 넘어가면 안 돼. 뒤로 물러나야지“한다.


뒤로 물러난  꼬마는 아빠에게 속삭인다.

“저 할머니는 왜 금 밖으로 나가있어?“


나는 얼른  금밖에 나가있던 한쪽 발을 끌어

금을 밟고 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린아이 눈에도 내가 할머니로  보일 만큼

늙었나 보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그때 꼬마의 아빠가,

“할머니는 금을 밟고 서 있잖아. 그건 괜찮아“라 한다. 생면부지의 삼십 대가 보기에도 난 할머니.

그럼 모두가 보기에도 할머니라는 거잖아


남들이 날 젊어 보인다 했어도

그건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이지

할머니 같지 않다는 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오늘따라 할머니라는 말에 반항심이 생긴다.


청춘으로 돌아가고픈 몸부림인 건가?

사실 난 손녀를 둘이나 둔 할머니가 맞다.

그런데 지금 나이 들었음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싶어지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니

내가 우습다.


숱 많던 머리는 어느새  빠지고 희어지고 얇아졌다.

얼굴엔 주름살과 잡티가 자리 잡아간다.

눈은 자꾸 침침해지고 뻑뻑하다.

몸의 근육들은 처지고  배는 전진할 기회만 노린다.

깜박 거리는 기억력. 둔해지는 운동신경.


그래, 늚음을 인정하자. 잘 늙어갈 준비를 하자.

욕심을 내려놓고 집착을 버리자

평온해지도록 심신의 내공을 쌓아보자.

긍정적으로 대처하며 건강한 삶을 개척해야지.

나의 행복한 노년을 위하여!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제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