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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Apr 27. 2021

독서 강사가 되다

전 나이 마흔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잡았어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저의 관심인 독서 교육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어린이도서관교육 지도사 과정 모집을 알게 되고 그즈음 북시터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몇 개 있어 정보를 모았어요. ppt로 비교 검토표를 작성하고 도서관옆신호등의 북시터 프로그램의 장점과 개선점이나 문의 내용을 같이 작성했죠. 그 ppt와 강사 지원서를 같이 이메일로 보냈어요. 정규대학 졸업자는 아니지만, 꼭 신청해서 듣고 싶다고 했어요.    

 

어떻게 됐을까요? 맞아요. 자격이 되지 않았지만 통과되었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지원서는 뽑는 사람의 관점에서 써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실함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지원자격이 안 된다고 그냥 포기하지 마세요. 내가 얼마나 그 일을 원하는지,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보여주면 돼요. 만약 선정이 안 된다고 해도 경험은 중요해요. 정말 그 일을 하고 싶다면 기준을 보완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다시 도전하세요. 기준을 보완하고 나면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요. 더 많은 기회가 생겨요.     


저는 어린이도서관교육 지도사 과정을 2008년 15차시 한 학기 수업을 받았어요. 각 장르별 책과 관련된 내용부터 발달단계, MBTI, 색채 심리학, 발도르프 교육까지 다양한 내용의 수업이었어요. 새롭고 흥미로웠어요. 무엇보다 비교문학을 전공하신 김환희 교수님의 강의가 후에 석사 공부를 결심하고 전공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되었어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옛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었고 동서양의 비교문학으로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옛이야기나 그림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김환희 선생님이 쓰신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잃어버린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2009, 창비)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15차시 수업 중엔 과제와 발표가 포함되어있었어요. 수업 중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도서관 탐방을 하고 탐방 후기를 작성해서 발표하기도 하고, 여러 문화권 중 한 나라를 선택해서 문화권별 그림책 분석해서 발표하는 것이었고, 판타지 문학 중에서도 『끝없는 이야기』에 대한 분석 발표와 수업지도안 작성, 역사동화를 통한 자료 활용 등이었어요. 수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과제를 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도움이 되었어요. 강사 과정이었기에 어쩌면 발표는 당연하였죠.     


전문 북시터 자격증 과정을 온라인 동영상으로 3개월 동안 들었어요. 6개월 동안 원 없이 공부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수료한 수강생들의 워크샵이 있었어요. 국제도서관교육연구소 1기, 2기 선배들과 도서관옆신호등 대표도 참석한 자리에서 3기들이 수업 시간 발표한 것 중 하나를 발표하는 것이었어요. 가나다 이름 순서로 발표가 정해져서 전 제일 마지막에 했어요. 하루종일 발표를 하고 앉아서 듣기만 했더니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발표 전에 오랫동안 힘드실테니 몸부터 풀고 시작하자고 했어요.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어요. 저 역시 힘들었거든요. 모든 발표가 끝나고 대표의 피드백이 있었어요. 전 그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강사는 많은 노력으로 되기도 해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죠. 그런 사람은 복 받은 거예요. 목소리 톤이나 태도 등이예요. 정승훈 선생님이 그런 분이예요.

전 한 번도 제가 강사로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누구를 가르치는 일은 계속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강의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저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고 너무 기뻤어요. 터닝포인트로 생각했던 독서 교육이 독서 강사로 잘 맞았던 거죠. 워크샵이 끝나고 시연을 했어요. 주제를 하나 정해서 강의안을 만들고 그걸 대표 앞에서 시연하는 것이었어요. 전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정해서 시연했어요. 워크숍과는 다르게 자세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어요. 강의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중간중간 지루하지 않게 주위를 환기할 수 있는 재미요소를 넣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엔 마무리를 꼭 해야 한다는 것까지요. 마무리는 글도 좋지만, 영상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2009년 4월 처음으로 북시터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특강 2시간을 하며 독서 강사가 되었어요. 이후 전국 도서관에서 부모 북시터, 유치원교사, 사서 교사 연수까지 독서 강의를 했어요. 2021년 올해도 어김없이 독서 강의를 하고 있죠. 지금은 통합독서라고 좀 더 확장했어요.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들려드릴게요. 다음엔 우리나라 그림책의 역사와 독서 강의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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