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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Apr 28. 2021

한국이 해적판의 왕국이었다고요?

  한국이 지금처럼 독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해적판의 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식 판권을 사 와서 출판하지 않고 불법복사해서 인쇄한 것이죠. 그럼 지금처럼 판권을 사서 인쇄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1987년에서야 세계 저작권 협약을 맺었습니다. 80년대에 한국에선 저작권과 그림책 시장이 열렸죠.      


 한국 그림책의 역사를 1980년대로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 외국의 유명한 그림책이나 상을 받은 그림책을 드물게 정식계약을 했고, 대부분은 해적판이었어요. 원서를 출판한 나라, 저자, 번역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림책도 있었어요. 지금으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죠. 해적판은 원판 필름을 정식계약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쇄된 그림책의 그림을 필름으로 다시 만들어 인쇄하고 한글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출판한 것이에요. 저의 아이가 어렸을 때 중고 책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책 중에 그런 책이 있었어요. 그림책의 색이 선명하지 않더라고요.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어요. 그림책에 대한 지식이 없었거든요.      


 1980년대는 그림책이란 인식이 생겨난 시기로 그 전에 그림은 삽화 정도로 여겼죠. 창작 그림책을 출판할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고 외국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은 번역책을 출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위험부담도 줄이고 빠른 시간에 출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에 창작 그림책이 많지 않았어요. 1990년대 초 웅진출판사에서 ‘올챙이 그림책 시리즈’를 창작 그림책으로 출판했어요. 다른 전집 그림책의 경우 같은 크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원화의 그림이 잘려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마지막 페이지와 뒤표지가 붙어 있었는데 한 장이라도 인쇄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측해요.      


이후 1993년을 ‘책의 해’라고 하고 처음으로 국민독서 실태 조사를 했습니다. 독서시간, 독서환경, 독서 책 권수 등을 조사했습니다. 아마 성인이 1년에 책을 몇 권 읽는다든가 하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림책도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창작 그림책과 번역 그림책이 정식계약을 하고 출판되었어요.      


그러다 1997년 IMF로 출판시장은 불황을 맞게 됩니다. 2000년이 되면서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전자도서관도, 인터넷 서점도 등장했습니다. 전자 도서관이 처음 생겼을 때 앞으로 종이책은 전부 없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자책의 가독성이 종이책을 따라갈 수가 없었고 기존 성인들은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거죠. 최근엔 유튜버 중에서도 북튜버란 호칭이 있을 정도로 책을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책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고 오디오북도 나오고 있죠. 오디오북은 유명인의 목소리로 10분 정도 읽으면 AI가 목소리의 지문을 익혀 나머지 책의 텍스트를 입력하면 한 권의 책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읽는 책에서 듣는 책으로 바뀌고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2000년대 독서붐으로 어린이 전집도서가 많이 출판되었어요.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자녀의 독서 교육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한국의 전집도서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따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마련해볼게요.     


해적판의 오명을 가지고 있던 시대에서 이제 인공지능이 오디오북을 만드는 시대까지 기술의 발달이 책에도 영향을 미쳤네요. 앞으로 책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네요. 이번 글의 자료의 많은 내용은 현은자, 김세희의 『그림책의 이해』와 [2000년대 독서운동과 독서경향 연구(2008. 윤금선)]에서 참고했어요. 그림책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적극 추천해요. 다음 글은 학교 현장에서 독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에 대해 다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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