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독서 열풍은 학교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 시작 전 10분 독서가 좋다는 [공부가 즐거워지는 아침 독서 10분], [아침 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라는 책이 유행을 했어요. 제 아이도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읽을 책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책 읽는 분위기가 생겨난 거죠.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반의 모든 아이들이 책을 읽으니 안 읽을 수가 없었던 거죠.
학급 도서를 위해 학기초에 책을 가져오라고 하기도 했고요. 학년이 끝나면 책을 돌려줬어요. 그즈음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시작되었어요. 저 역시 아이의 학교 담임교사를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흔쾌히 허락을 했어요. 아침엔 모두 아침 독서를 해야 하니 그 시간은 어렵고 평일 오후 점심시간 이후 재량수업시간에 30분 정도 와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매월 무슨무슨 달이라는 것이 있어요. 4월은 과학의 달, 5월은 가정의 달 이런 식으로요. 전 그 주제에 맞춰서 책을 선정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 책 읽기를 하고 간단한 활동을 했어요. 책 제목 바꿔서 발표하게 하거나 가족이라는 브레인스토밍, 가족나무 그리기 등등 지금도 그 자료들이 있는데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친가보다는 외가의 친척과 많이 어울리는 걸 알 수 있는 촌수라던가 가족 간의 관계, 글씨의 힘이 성격과 연결되는 것 등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어요.
제가 1년 동안 책 읽기를 했는데 아이를 통해 들어보니 그 책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고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반 아이들끼리 돌려봤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그 책의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는 문화가 생겨났고요. 학교에서 정한 추천도서 중 어려운 것이 있어 한 두 챕터씩 읽기도 했어요. 어려운 책도 듣기는 가능하고 재미있을 수 있거든요. 다음 학년에 올라가서도 하고자 했으나 담임교사가 허락하지 않아하지 못했어요.
이제 성인이 된 아이라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수업하고 있는 중학생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반 전체에서 정해진 책을 읽는다고 했어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하고 있는 독서활동인데 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생님은 학기초에 아이들에게 책을 몇 권씩 추천하고 그 이유까지 이야기하라고 했대요. 장난처럼 만화책을 추천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전체 다수결에 의해 선정하는 과정에서 만화책을 추천한 아이조차 그 책을 선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들도 어떤 책이 읽기에 좋은 책인지 알고 있는 거죠.
공교육에서 이렇게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아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좋아요. 교육조차 양극화로 차이가 생겨버린 요즘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좀 더 나아간다면 단순히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서평글을 써보는 활동을 해도 좋을 거예요.
독서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된 시대엔 종이로 된 책만을 읽으라고 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전 통합독서가 매체세대 아이들에게 맞는 독서라고 생각해요. 다음엔 통합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