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과학 속 가짜뉴스와 확증편향

by N잡러

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2가지가 있다.

지구평면.png


첫째 ‘지구 평면설’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구 평면설은 기원전부터 과학의 발달과 함께 지구가 둥글다는 교육을 받기 전까지 당연한 학설이었다. 하지만 1800년대 이후, 학교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미미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다.


2000년대 SNS를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평면지구 공동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인구의 2%인 600만 명이 믿고 있고 그중 젊은 세대가 4% 정도 차지한다. ‘지구 평면설’은 SNS와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터넷 안에 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증명하려 하고, 최근에는 실험을 통해서 ‘지구 평면설’을 증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가 제작되었고, National Geographic에서도 같은 주제로 방송을 했다. 같은 해 한국에서 <평평지구 국제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달착륙.png


둘째는 ‘달 착륙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가구회사 로켓다인에서 문서 관리직으로 잠깐 일해본 게 전부인 인물 ‘빌 케이싱’이 1974년 <우리는 달에 간 적이 없다.>를 자비 출판을 계기로 아폴로 귀환 후부터 있던 음모론에 힘을 싣게 되었다. 당시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6% 정도였는데 미국 FOX TV社에서 2001년 2월 15일 ‘달 착륙 음모설: 우리는 달에 착륙했는가? (Did we land on the moon?)’의 방송 후 20%로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미국인들 중 달착륙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층이 꽤 두텁다. FOX사는 이 프로그램으로 2억달러(한화 2588억)의 수입을 올렸고 빌 케이싱 역시 평생 달 착륙 음모론에 관한 강연과 책의 출판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아폴로13호가 달 착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목적 지향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목적 지향적 사고의 예를 들면, 우리는 해가 뜨는 현상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현상이고 해가 뜨기 때문에 햇빛이 생긴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목적 지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햇빛이 비치는 현상이 필요하면 ‘햇빛을 비추기 위해서 해가 뜬다’라고 이야기하는 결론을 위해 과정을 무시하거나, 과정과 결론을 바꾸어 버리는 사고방법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처음 주장한 맷 보일런과 그 가설을 널리 알린 마크 서전트나, 달착륙에 대한 의문을 처음 제기한 로켓다인 직원이었던 ‘빌 케이싱’은 아마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인 ‘더닝 크루거 현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아낼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주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가설의 차이점은 가설의 확산속도이다.

아폴로 13호가 달 착륙한 날은 1969년 7월 20일이다. 이 사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해는 1976년으로 7년이나 흐른 뒤였고, TV프로그램으로 제작되는 2001년까지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구 평면설’의 확산속도는 무척 빠르다. 2018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가 제작되었고, 2019년 National Geographic 채널에서는 <지구 평면론, 사실은 평평하다?>를 방송했다. 지구 평면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최근 몇 년간의 일이다. 미국 국민의 2% 정도가 이 가설을 믿는데 그중 20대의 확산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졌다. 이유는 미디어의 발달일 것이다.

‘가짜뉴스는 확증편향을 타고 전파된다.’ 카이스트 차미영 교수의 말이다.

‘목적 지향적 사고’나 ‘더닝 크루거 현상’은 인지편향 중 ‘확증편향’과 유사하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지구 평면설’ ‘달착륙 음모론’이 이를 믿는 사람들에게 물리적 해를 입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고립으로 인한 정서적 결함이라는 심리적 해를 입을 수는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현대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확증편향은 과거에 훨씬 심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몰고 온 중세사회의 <마녀사냥>을 가능하게 했다. 마녀사냥이라고 해서 여성만 해당되지는 않았다. 남성과 아이들까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종교적인 입장에서 열등한 존재로 지목되었던 여성의 사망이 가장 많았다. 이 마녀사냥을 주도한 세력이 신교세력인 마르틴 루터와 마르틴 루터를 파문한 구교세력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여기에 신학자들과 주교, 의사, 학자들이 가세해 마녀에 대해 논의한 주제가 ‘마귀와 여자는 성교할 수 있는가?’ ‘마귀와 처녀가 성교를 하면 처녀성은 다치는가, 다치지 않는가?’ 였다. 마녀재판에서 마녀는 마귀와 성교를 했다고 가정하고 재판을 진행했다는 기록이 많다. 그 대답을 얻기 위한 고문의 종류와 사형을 시킬 때의 잔인한 방법들을 나열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고문이 가능한 이유는 확증편향적 사고 때문이라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니면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확증편향적 사고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인지편향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는 걸까?

‘회의주의는 우리가 확증편향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해독제이다.’ 스켑틱의 저자 마이클 셔머의 말이다. 회의주의는 지식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마이클 셔며는 더 나아가 철학적 입장을 과학으로 증명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과학을 부정하는 이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과학자의 인상적인 멘트가 있어서 인용해 본다.

“평면지구인들을 경멸로 대하면 안 됩니다. 그들을 잠재적 과학자들로 바라봐야 해요, 우리는 과학계의 대표로서 지금보다 더 잘해야만 합니다.”

이 메시지는 나에게 음모론자, 확증편향적 사고를 하는 분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keyword
이전 15화14. 역사책으로 살펴보는 가짜 뉴스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