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실과 진실의 다름

영화 <라쇼몽>의 통해 본

by N잡러

우리가 매일매일 부딪히는 일상 속에서 ’사실’과 ‘진실’의 다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일이 있을까? 거의 없을 듯싶다. 왜냐하면 ‘사실’과 ‘진실’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은 유사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SNS를 보면 한 가지 사건이 정반대의 시각으로 기사화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진짜일까?” 하는 궁금증은 갖게 된다. 바로 그 타이밍이 사실과 진실의 다름을 알아낼 수 있는 시작점이다.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 의미를 정확히 짚어보자면,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사실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1950년 作 일본의 유명한 흑백영화 ‘라쇼몽’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라쇼몽 효과’라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사실과 진실의 구분하는 시각으로만 영화를 보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나무를 하러 간 나무꾼이 덤불 숲에서 죽어있던 무사의 시체를 발견하고 관아에 신고한다. 그 후 목격자들과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증언으로 영화를 채워나간다.

영화의 내용 중에서 사실은 “무사의 시체가 덤불 속에 있었다.”이다. 그럼 각 증인의 증언을 들어보기로 하자.


증인1 (나무꾼): 덤불 속에서 무사의 시체를 발견하고 관아에 고발함.

증인2 (스님): “나흘 전에 살아있는 두 부부를 보았다.”

증인3 (나졸): “그저께 낮에 가츠라 강가를 지나다가 뒹굴고 있는 다조마루를 체포했다.”

증인4 (다조마루): “사흘 전, 여자가 탐나서 사내를 죽였다.”

증인5 (아내): “도적이 겁탈을 하고 가버리고 난 뒤 남편의 차가운 증오의 눈빛을 견디지 못해서 단검으로 살인했다.”

증인6 (무사에 빙의된 무당): “도적이 겁탈하고 가버리고, 아내도 도망가고 난 후 아내의 단검으로 자살을 했다.


위의 증언들에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한 명에게 살해당했는데 살인을 했다고 하는 사람은 3명이다. 나무꾼의 증언도 진실은 아니다. 2명이 단검에 의해 살해(살인)했다고 증언을 했기에 시체 나 시체 근처에 단검이 있었을 확률이 높은데 시체에서 단검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을 했다. 증인들의 증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다조마루는 도적의 남자다움을, 아내는 정숙함을 잃은 여인의 정당성을, 무사는 무사다운 의연함을 보였다고 증언을 하고 있다. 이렇듯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문학작품 속에서의 사실과 진실의 다름은 독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독자에게,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사실과 진실에 대한 각자의 의미를 찾게 한다. 그래서 <라쇼몽>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다.


사실과 진실의 다름은 작 품속에만 있지 않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늘 있어왔지만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다. 우리는 왜 사실과 진실을 다름을 알아야 할까?

지금은 뉴미디어 시대이고, 1인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한 정보 생산 즉, 언론을 생산해 내는 게 너무 쉬운 환경이다. 미디어 생산을 위한 기기도 많이 발달했고, 생산자의 연령도 너무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양, 언론의 양이 엄청 많아졌다. 당연히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 가짜뉴스가 너무나 많다. 이 많은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사실과 진실을 구분해야 한다.


칸트는 사실과 관련해서 ‘맥락이 없는 사실은 맹목적’이라고 했다. 사실이 존재하기 위해 전후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사실만을 부각시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개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감정과 필터를 적용해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사실’은 눈에 보이는 텍스트다. 한 가지의 사실에 여러 가지의 텍스트가 존재한다. 이 텍스트들을 관찰해 유기적인 관계를 찾아 연관성이 발견한다. 이를 ‘맥락’이라고 부른다. 맥락은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맥락을 파악할 때 ‘의도성’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이다. 모든 정보는 의도성이 있다. 우리가 가려내야 할 의도성은 선의가 아닌 의도성이다. 대중을 위한 정보가 아닌 자신의 욕심을 위한 정보들을 우리는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언론들은 순수 생산자의 것 보다는 재생산자의 정보를 훨씬 더 많이 보고 있다.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는 소비자와 재생산자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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