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넷플릭스에서 8편 모두 공개된 <고요의 바다>를 봤어요. 드라마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에요. 드라마 초반에 지구 환경에 관해 전세계 뉴스로 알려줘요. 지구상 최저의 강수량 갱신되었고, 신생아 사망율은 높아졌고, 강이 말라 물고기가 죽고, 식량부족에 대비해 물을 기존보다 50%만 사용해도 재배할 수 있는 공장형을 실험 중이고, 골드 실버 등 물 등급제가 시행되어 카드로 식수를 배급받는 상황이었어요. 정부의 물 등급제를 폐지하라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고요. 지구의 물이 40%만 남게 된다고 하는 대목도 있어요.
드라마 중간 중간 비를 흠뻑 맞는 꿈을 꾸다 깼다고 해요. 또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도 하고요.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불연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물 등급제가 시행되는 상황이 될 정도로 지구의 물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거였어요.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해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생각해내죠. 많은 SF 영화들이 그렇죠. 그런 반면 오히려 현실적인 모습에선 상상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에 나온 드라마 중에 2013년 <더 바이러스>란 바이러스 감염 드라마가 있었더라고요. 그걸 코로나 상황 속에서 보니 헛점 투성이었어요. 전파력도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요. 관계자조차도 가끔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라던가 백신 개발과 접종률이 말도 안되게 금방되는 상황들을 보며, 물론 드라마이고 설정상 자본과 제약회사의 탐욕이런 걸 다루고 싶어서 그럴 수는 있지만 인간이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고요의 바다>에서 보여주는 지구의 현실도 피상적이구나 싶었죠. 그렇다고 제가 환경전문가이거나 과학자는 아니기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냥 이러지 않을까 좀더 현실적인 부분을 상상해보는 거죠.
우선 비가 안와서 강이 말라버릴 정도에 해수면이 점점 낮아진다면 단순히 물고기가 죽는 것으로 끝일까? 인간이 생선요리를 먹지 못하는 것으로 끝일까? 영화에서처럼 바다를 그리워하고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때, 비를 온몸으로 맞는 것을 즐거워하는 상상을 하게 될까요? 이런 건 너무 낭만적인 생각 아닐까요?
전 1차적으로 생태계가 무너져서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닐 것 같아요. 먹을 물도 부족한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현재 아프리카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어요. 국제단체에서 지원하고 물자를 공급해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데 전 지구가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디서도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겠죠. 당장 먹을 것에만 물을 사용해야하니 그 외에 물 사용을 제한해야겠죠.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식수말고도 정말 많은 물을 사용해요. 가정에선 설거지, 요리, 청결을 위해 씻는 물, 화장실 변기물까지... 아마 영화에서 나오는 정도라면 수도사용량 제한부터 해야할 거예요.
산업용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할까요? 아마 가정용에 비해 어마한 양이 될 거예요. 원자력 발전소가 바닷가에 있는 이유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물은 필수예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생필품까지도요. 인간은 물도 필요하지만 전기가 없이 사는 것이 이제는 힘든 시대가 되었어요. 전기 에너지를 만들려면 발전소가 있어야 하는데 에코 에너지를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않다면 전기 없이 사는 생활이어야 할 거예요. 밤에는 다른 불을 켜야하고 냉장고도 없으니 음식물 보관도 어렵겠죠. 매체(인터넷, 핸드폰 등)를 통한 뉴스에서 일반적인 소통도 어려운 삶이 되는 거죠. 너무 비약이라고요?
그럴수도 있겠지만 전 원시시대보다 더한 삶이 될 것같아요. 자급자족하고 전기 없이 사는 것이면 되지 싶지만 원시시대엔 물이라도 있었죠.
인간 생활의 관점으로 봤지만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거죠. 먹이사슬의 가장 최상층에 있는 인간인데 아래 사슬들이 무너지면 인간도 무너지는 거죠. 소, 돼지, 닭 등 가축화한 동물들, 쌀, 보리, 밀 같은 식량 모두 물이 없이는 사육과 생산이 불가능하죠.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가장 불편하고 힘들어 할 거예요. 지금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인원수 제한의 상황 정도도 우울감, 분노를 보이는데 아마 영화의 상황이라면 아노미, 혼돈이 될거예요.
이렇게 상상하니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되는데 인간이란 참 간사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변하지 않아요. 평소대로 물 쓰고 쓰레기 버리죠.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글을 마쳐야 하는데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이러려고 쓴 게 아닌데 싶어지며... 비관적 미래에 살 날이 많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후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급 마무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