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밀밀> 1980년대 뜨거웠던 한국

by N잡러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밤의 품에 안겨

매일 그대와 잠이 들고파


‘매일 그대와‘라는 노래 가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잠이 들고 같이 눈을 뜨고 싶어하는 마음은 공통된 바람이다, 영화 <첨밀밀>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매일 눈 뜰 때마다 너를 보고 싶어.”라고 말한다. 연애할 때 연인을 바래다 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애틋함. 헤어지지 않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영화 <첨밀밀>은 1986년에서 1995년까지 10년 동안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홍콩에서 첫 만남을 시작으로 미국 차이나타운까지 계속되는,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다. 홍콩은 1842년 영국식민지에서 1984년 홍콩 반환협정을 맺고 1997년 홍콩반환을 하는 기간인데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온 두 남녀의 생활을 보여준다.


1989년 6월 중국에선 중국의 민주화 시위를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하면서 빚어진 대규모 유혈 참사 사건으로 천안문 사태가 있었다. 그 영향이 홍콩까지 미치게 되었고, 홍콩에서 다시 유럽과 서양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한국의 1980년대는 민주화와 아시안 게임, 올림픽의 열풍으로 뜨거웠다. 한국 영화는 에로물이 넘쳐났고 이를 군부독재의 3S(sports, sex, screen) 정책이라고 한다. 한국 에로영화와 함께 또 하나의 유행은 <영웅본색>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ㆍ조폭물인 홍콩 누아르 영화였다. <첨밀밀>은 그 시기에 히트한 멜로 영화였고 영화보다 주제 음악이 더 유명했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주제가는 널리 알려졌다.


한국과 홍콩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경제성장을 하고 민주화를 경험했다. 정부의 무력진압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대를 한국에선 1990년대에 30대 나이에, 80년대 학번과 60년대 태어난 세대를 앞숫자만 모아서 386세대라고 불렀다. 그들이 이제 586세대가 되었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군부독재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서울 도심엔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체류탄을 쏘아댔다. 임수경이란 여대생이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었다.


1980년대 한국은 뜨거웠다. 한쪽에선 에로 영화로, 다른 한쪽에선 올림픽으로, 또 다른 한쪽에선 민주화 시위로.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며 전개한 시위가 100일째를 맞으며 장기화되면서 당초 송환법 폐지 요구에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그 성격이 확대되었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범죄인 인도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에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 강경 진압 과정에서 실탄 사격으로 시위대의 14세, 18세 소년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홍콩은 영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중국의 사회주의 시스템이 공존하는 ’일국양제‘를 합의했는데 홍콩으로 자본이 몰리면서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사람들로 일자리는 부족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는 데 불만이 시위의 원인이기도 했다.


영화 첨밀밀을 보며 남녀의 사랑에만 몰입할 수 없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님 사회와 정치가 개인의 삶과 밀접한 것을 알기 때문일까. 하지만 주제가만 들어도 왠지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며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매일 눈뜰 때마다 볼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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