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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Aug 01. 2022

2. 버킷리스트에 작가를 넣다

 전 책이 귀했던 시절에 자라기도 했고 책 읽기를 권하던 집이 아니었어요. 사람이 이상하게 청개구리 심리가 있어서 하라면 안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죠. 성인이 된 어떤 이는 어렸을 때 지방 근무를 하시던 아버지가 주말마다 책 읽기 검사를 하셨대요. 그게 너무 싫어서 책 읽기를 지금도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제게 부족했던 책을 제 아이에겐 ‘잘’ 해주고 싶어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궁금했어요. 단순히 아이에게 좋은 책을 주려고 여기저기 온라인 사이트를 기웃거렸죠. 시기가 독서, 다독을 권장하던 2000년대 초반이라 너무 과했는데 그걸 그때는 몰랐어요. 아이는 자라고 건설업에 종사하던 저는 막연하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흔으로 잡았어요. 회사로 오신 보험설계사께서 주고 간 책자에서 노후엔 건강과 돈과 일과 여가를 즐길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봤어요. 고민을 시작했어요. 지금의 일을 노후까지 할 수 있을까? 아니었어요. 그럼 무엇이 노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면 수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또 생각해봤어요. 회사 내에서 직원 교육을 계속 해왔고 재미를 느끼기도 해서 막연하게 강사를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우연처럼 '도서관옆신호등'이란 곳을 알게 되었어요. 또 우연처럼(이 정도면 필연이겠죠) 상주하던 건설현장 바로 옆에 '도서관옆신호등' 사무실이 있었어요. 토요일마다 전문북시터 자격과정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재미있으면서도 처음 접한 내용들로 혼란스러웠어요. 전문북시터는 아이들과 만나 직접 수업을 하는 것이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같이 보고 독후 활동까지 해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북시터 활동까지는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2008년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도서관옆신호등에서 주관하는 ‘어린이도서관지도사’ 자격과정을 시작됐어요. 그 과정을 거치며 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 시작한 공부에서 나의 노후를 위한 강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나이도 마흔으로 터닝 포인트를 잡은 나이었어요. 많은 월급을 받던 직장생활을 고민 없이 그만뒀어요.      

 도서관옆신호등의 대표는 대학 교수이기도 했어요. 강사의 기본 자질과 강의안 작성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자격과정 중에 배운 것도 많지만 끝나고 각자의 주제로 강의안을 만들고 시연을 했던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도서관옆신호등의 대표가 강사는 자신의 책이 있어야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고 했어요. 대표 역시 두 권의 책을 출판한 저자였거든요. 책은 쉽게 써야 한다. 말하듯이 쓰면 된다라고 했지만 저에겐 강의하는 것보다 글쓰는 것이 더 어려웠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책을 출판하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적었어요. 그때는 막연하고 실연 가능성이 없음에도 말이죠. 다른 버킷리스트는 교육사업, 강단에 서는 것이 있었는데 출판보다 먼저 이뤄졌어요.      


 적자생존을 적는 사람이 생존한다로 해석하기도 해요. 책이나 글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당장 한 페이지 글을 쓰는 것은 힘들 거에요. 글쓰기를 배워서 쓰면 되지 않으냐고 하지만 글을 쓸 주제, 에피소드가 있어야 해요. 그냥 만들어낸다고 되지 않는 부분인데 평소 관심이 있는 것을 메모라도 해둬야 해요. 수첩이나 일기장에 쓰면 좋아요. 글감노트를 따로 마련하거나 온라인에 모아도 좋겠죠. 책을 읽고 리뷰를 나의 생각과 함께 적는다면 그것도 도움이 돼요. 전 10년 전 다이어리와 탁상달력을 버리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기록이라 버릴 수 없었는데 책을 쓸 때 그것들이 소재가 되기도 해요. 기억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 일이 있었던 게 언제였지? 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지? 기억만으로 부족해요.      


 지난번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저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으셨다면 이제 메모하는 습관을 오늘부터 가져보세요. 이미 그런 습관이 있으시다면 출판에 훨씬 빠르게 다가갈 수 있어요. 



 그렇게 버킷리스트 목록에만 있던 출판을 생각지도 못한 우연히 하게 됐어요. 다음 글에서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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