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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Aug 22. 2022

5. 단독저작 출판계기를 마련하다(후편)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는 구본형선생님께서 만드신 개인 대학원이었어요. 대학원 학기공부 중에 자신만의 주제를 찾아 논문으로 연구한 내용을 글로 쓰듯이 변경연에서도 1년의 과정이 끝나면 책을 출판해야 해요. 11기 연구원으로 지원할 당시는 교육시민단체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기에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었기에 사춘기 주제가 관심이 있기도 했고요.     


 참... 연구원 지원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드려야죠. 예비연구원으로 선정되었고 1박2일 면접여행에 참석하라는 공지가 올라왔어요. 최종합격은 아니지만 어찌나 기쁘던지요. 대학원 합격한 것보다 더 기뻤던 것 같아요. 1박2일 면접여행은 10기 선배연구원들이 준비했고 교육팀 선배 4명과 11기 예비연구원 8명이 참석했어요. 1명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을 못했고 따로 교육팀이 면접을 봤어요. 낮에 모여 점심 먹고 저녁 먹을 때까지 면접이라고 할 만한 건 없어서 언제 하나 계속 기다려야 했어요. 밤이 되어서야 예비연구원들만 따로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1명씩 교육팀이 있는 방에 가서 면접을 하고 왔어요. 다들 긴장하며 기다리고 한 명씩 다녀올 때마다 뭘 물어봤냐부터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자기는 안 된 것 같다며 풀이 죽은 연구원들도 있었고요.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편한 자세로 기다리며 와인 마시겠냐며 술도 권하더군요. 면접이라는 절차가 끝나지 않으니 긴장이 되기도 했고 맑은 정신으로 있고 싶어서 마시지 않았어요.     


 교육팀장인 선배가 글과 사람이 일치한다고 하더군요. 글과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네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그땐 몰랐어요. 면접이 다 끝나고 편하게 나머지 시간을 보냈어요. 동기들도 선배들도 다양한 직업군, 나이인데 스스럼없이 대하고 무엇보다 만나고 헤어질 때 포옹이 너무 자연스럽더군요. 이것도 변경연의 특징 중 하나였던 거죠.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하냐고요? 네. 그렇더군요. 11기 중에도 그랬는데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그 사람은 혼자해도 충분히 할 사람이었다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절실함’이라더군요. 전 다행히 연구원 합격했고 리더인 웨버가 되었어요. 웨버는 그물을 뜻하는 웹(Web)에 사람의 er을 붙여서 연구원들을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어요. 나이가 제일 많기도 했고 선배들의 만장일치로 저를 뽑았다고 하더군요.

     

  변경연 1년 과정은 8명의 동기와 4명의 교육팀 선배와 함께 여러 일과 다양한 책, 글, 오프 과제와 발표, 여행을 통해 즐겁기도 하고 힘겹기도 했어요. 매주 북리뷰 20페이지와 1~2페이지의 칼럼 글을 쓰는 것이 잘 될 때도 잘 안 될 때도 있었어요. 처음엔 칼럼 글을 그 주에 읽은 책 주제에 맞춰 썼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생각보다 쓸 게 없는 주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관심이 없는 주제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주변에서 주제를 찾았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그동안 겪었던 일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아이와 같이 겪은 학교폭력을 복기하듯 하나씩 썼어요. 치유의 글쓰기란 말이 있어요. 저에겐 변경연 칼럼글을 쓰는 과정이 그랬어요. 보통의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학교폭력을 그것도 덮고만 싶었던 가해자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이었지만 가지고 있던 자료들, 수첩, 다이어리를 꺼내보며 시작부터 끝까지 썼어요. 교육팀장인 선배는 학교폭력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 이야기는 뺀 매뉴얼 형식으로 쓰면 어떠냐고 제안해줬어요. 그렇게 정리를 해서 변경연을 추천한 출판사 대표에게 원고를 보내고 만났어요. 대표는 매뉴얼이 아닌 르포처럼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다면 출판할 의향이 있다고 했어요.      


 제 경험을 넣는다 해도 주관적이고 사례가 너무 적을 것 같았어요. 그때 생각난 곳이 푸른나무재단(청예단)이었어요. 아이의 학교폭력 사법적 사안처리에 관해 무료법률자문을 받았던 곳이기도 한데 마침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모집하더군요.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상담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교육시민단체 온라인상담과 교육학에서 이수한 상담과목을 지원서에 표기했어요. 지원서를 보고 궁금했다고 하더군요. 다들 잊고 싶어하고 다시 찾아오지도 않는다며. 코로나로 상담사들이 활동을 못하게 되었지만 책 출간하고도 계속 상담을 했어요. 벌써 7년이 넘었네요. 상담을 하며 피, 가해자 학생, 부모, 교사 등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겪어봤기에 가해자에게 초기에 진정으로 사과를 하라고, 부인하거나, 상대를 탓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매뉴얼 형식이 아닌 제 이야기와 사례를 넣고 학교폭력에 연관된 상담사, 청소년회복센터장, 학교폭력 책임교사, 학교폭력자치위원 학부모 등 전문가 인터뷰까지 실어서 단행본으로 출판했어요. 2020년 단독저서로 첫 책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에요. 


 오늘은 글이 길어졌네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묻어뒀던 좀처럼 용기 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런 내용이야말로 독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고 잘 쓸 수 있고 무엇보다 치유의 글쓰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물론 꼭 이런 내용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자신이 경험한 내용이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거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어떤 것도 좋아요. 이번엔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자신만의 주제를 찾아보세요.    

 

 다음엔 단독저서로 출판하게 된 결정적인 만남에 관해 들려드릴게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 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게되는 만남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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