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잡러 Oct 10. 2023

6. 출판 기획자를 만나다

 제 첫 단독저서를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버킷리스트에서 시작이었지만 막연한 바람이었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 과정과 교육팀 선배이고 작가인 유인창 선배의 가이드 덕분이었어요. 첫 단독출판을 하게 될 책이 학교폭력이 되리라는 건 버킷리스트로 작가를 넣을 땐 상상도 못 했지만요.


 유인창 선배는 교육팀 팀장이었고 신문사 편집일을 현업으로 하고 있었어요. 교육팀의 10기 선배가 저에게 유인창 선배에게 개인적으로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라고 했어요. 본인도 했는데 도움이 되었다면서요. 유인창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지 여쭤봤고 흔쾌히 “그럽시다”라고 해주었어요. 프리랜서인 저는 시간이 자유롭고 직장인인 선배는 점심시간이 고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1주일에 한 번 회사근처로 가서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별일이 없는 한 매주 수요일 서대문과 덕수궁, 시청 근처에서 직장인들 사이에 껴서 점심을 먹고 서울시청 청사 안의 전망이 좋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어요. 어떤 날은 글을 이렇게 써보면 어떻겠냐 또 어떤 날은 “이번 글은 정말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글이던데...”라며 신랄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글쓰기를 따로 지도받은 적이 없으니 몰랐는데 주어와 술어의 관계나 목적어나 부사 등의 위치처럼 단어를 문장에 어디에 쓰느냐가 글을 읽을 때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었죠. 다른 사람의 글을 솔직하게 안 좋은 부분, 고쳐야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듣는 사람은 도움이 되기에 어떤 이야기도 괜찮다라고 하지만 막상 안 좋다는 걸 들으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거든요. 11기 연구원 중엔 글을 잘 쓰는 동기들이 많았기에 더욱 위축이 되었어요. 하지만 유인창 선배는 세상에 필요한 책이라고 해줬고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과 제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출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험자로 알려주는 형식이 어떠냐고 했어요. 그렇게 구체화시키고 개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을 알게 된 11기 동기 중 2명이 더 합류해서 개인 지도보다는 그룹미팅이 되었죠. 오프수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좀 더 여유 있는 만남이 되었어요.     


 첫 단독출판의 결정적인 만남이 된 것은 2018년 여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변경연) 대표인 박중환 선배가 마련한 책 쓰기 프로그램이었어요. 연구원대표(연대)인 박중환 선배는 봄에 출판 기획자인 이진아 대표를 만났고 변경연에서 출판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희망자를 모아 이진아 대표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8명의 희망자가 모였어요. 참가비를 내고 합정의 살롱9에서 모임을 가졌어요. 더운 여름 만나서 열정 가득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출판업계에서 20년이 넘는 경험을 들려주며 업계에서의 트렌드와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등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리얼 스토리였죠.     


 과정이 끝나갈 즈음 작가이면서 대필작가로도 활동하는 작가를 초빙해서 개개인의 글을 피드백 받았어요. 저는 초고가 완성되어있는 상태였기에 어떤 컨셉으로 갈지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전체 모임을 하는 공간과는 별도의 공간에서 1:1로 돌아가며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를 받는 시간이었어요. 변경연 면접 때가 생각났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작가와 마주 앉았어요. “글 내용 좋은데요. 출판해도 되겠어요.”라는 말에 그동안 글 못 쓴다고, 건조한 문체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뻤어요. “제 글이 너무 건조하다고 좀 말랑하게 감정이 드러나게 쓰면 어떠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문체가 잘 바뀌지 않아서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질문을 하게 됐더라고요. “아니요. 오히려 이렇게 써야죠. 이런 내용을 감정적으로 쓰면 읽는 사람이 힘들어요.”라며 확신을 주었어요.

 이후 전 제 글을 감정적이거나 감성적이지 않지만 ‘진정성’ 있는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진정성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되도록 말이죠.     


 작가와의 만남 이후 이진아 출판 기획자 프로그램은 끝이 났고 제 글은 출판사에게 제안해보겠다고 했어요. 개인적으로 만나 조금 더 글을 다듬었어요. 글의 시작을 꼭지글의 핵심 문장으로 직접 표현한 사람들의 말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전체 글을 수정했어요. 중소형 출판사에 보냈는데 바로 출판하겠다는 의향을 전해왔다며 대형 출판사도 만나보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2018년 11월 드디어 길벗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어요.      


 지나고 보니 참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2008년 버킷리스트에 작가가 2018년에 이뤄졌으니 10년이네요. 다음엔 출판사와 출판 진행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5. 단독저작 출판계기를 마련하다(후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